[전문가의 눈] 농산물 가격과 풍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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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으로 수확은 늘었지만 가격이 하락해 농가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풍년의 역설'이라고 한다.
농산물은 가격 변화에도 수요나 공급의 변화가 작다.
농산물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상품으로 가격 변화만큼 수요와 공급 조절이 쉽지 않아 풍년이 들어도 농민은 좋아할 수 없다.
같은 품종의 저렴한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면 국산 농산물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농가소득은 증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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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으로 수확은 늘었지만 가격이 하락해 농가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풍년의 역설’이라고 한다. 농산물은 가격 변화에도 수요나 공급의 변화가 작다. 농산물 가격이 내려도 소비자가 먹는 양을 쉽게 늘리지 못하니 풍년이 들어도 농민의 시름은 깊어간다.
농부의 역설은 가격탄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격탄력성은 가격이 변할 때 수요나 공급의 변화 정도를 측정한다. 만일 어떤 상품의 가격이 1% 오를 때 수요량이 1%를 초과해 감소하면 “탄력적”이라 하고, 1% 미만으로 감소하면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농산물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상품으로 가격 변화만큼 수요와 공급 조절이 쉽지 않아 풍년이 들어도 농민은 좋아할 수 없다.
반대로 흉년이 들어 농산물 가격이 오르더라도 농가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은 적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도 일시적이고, 곧바로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흔하다. 정부가 가격안정 명목으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품종의 저렴한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면 국산 농산물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농가소득은 증가하지 않는다.
농민은 풍년이나 흉년,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과 관계없이 가난하다. 2022년 기준 농가소득은 4615만원으로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62%에 불과했다. 게다가 농가소득 중에서 농산물 판매 등으로 얻은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농가소득의 20% 수준이며, 이마저도 전년 대비 27%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농업 외 다른 일에 종사하는 농민도 많다.
농업은 생명 유지에 필수인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본원적 기능 외에 식량안보, 환경 및 생태 보전, 전통문화 및 농촌 경관 유지, 균형발전 등 다원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가격 변화에 탄력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지 못하는 특수성 때문에 농민이 안정적으로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정부는 공익직불금, 각종 농업보조금, 농작물 재해보험 등 다양한 소득 안정장치를 제공하지만, “퍼주기”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풍년이 들어도 농민은 기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소득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는 시장과 경쟁의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농업은 시장과 경쟁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 시장과 경쟁의 관점에서 벗어나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농민이 농업의 본원적·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경제적·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김남훈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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