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속도로도 한산한 곳에 4조5000억 들여 고속철 놓겠다니
대구~광주 간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주 발의됐다. 여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이 법안에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 261명이 서명해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109명, 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이다.
광주에서 대구까지 198.8㎞의 고속철도를 놓는데 투입되는 총사업비는 4조5158억원이다. 이 노선은 1999년부터 검토했고 전임 대통령 때도 공약 사항이었으나 경제성이 낮아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비용 대비 편익 지수가 1보다 커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2021년 조사에서도 이 수치가 0.483에 불과했다.
하지만 특별법이 제정되면 아무리 경제성이 낮아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여야 의원 261명이 서명했으니 이미 법이 통과된 것이나 다름없다.
달빛고속철도 추진은 올 초 광주와 대구가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의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특별법안을 발의한 여당 원내대표는 “단순히 경제성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화합을 넘어 국민 통합이라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속철도가 없다고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동서 화합 명분으로 1984년 88올림픽고속도로가 개통됐다. 2015년에는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명칭을 바꾸고 2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4~6차선으로 확장했다. 이 광주대구고속도로는 작년 기준 하루 교통량이 2만2322대로, 전국 고속도로 평균 교통량(5만2116대)의 절반도 안 될 만큼 한산하다. 양 지역 간 교통량이 더 늘어나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다.
지금 나라는 1000조원 넘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다. 올 상반기에도 관리재정수지가 벌써 83조원 적자다. 이런 마당에 허리띠 졸라매고 국가 재정을 꾸려가야 할 여당과 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에 꼭 필요한 법안들은 몽땅 뭉개온 야당이 지역 표심 사는 법안에 짬짜미로 뭉친 꼴이 볼썽사납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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