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칼럼]교권 회복과 조희연 교육감

이종승 기자 2023. 8.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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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교육 활동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저부터 뼈를 깎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인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에 쓴 글이다.

서울시 교육감으로서 한국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서이초 교사 같은 비극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이 후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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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교사의 교육 활동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저부터 뼈를 깎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인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에 쓴 글이다. 조 교육감의 글은 2014년 그가 처음으로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하면서 밝힌 ‘인권 친화적 교권 보장’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교권 회복을 위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지난 19일 3만 명의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모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해 “많이 질타해 달라”고 했지만, 교권 추락에 대한 그의 책임은 사과로만 넘어가기에는 부족하다. 1년도 못 채운 교육부 장관이 수두룩한 한국 상황에서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 9년째 앉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서울시 교육감으로서 한국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서이초 교사 같은 비극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이 후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재선, 3선 도전에서도 한국 교육 정상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이 평생을 살아갈 힘을 길러주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줬는지 후한 평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를 선도하는 공교육의 표준이라고 자평하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서울형 혁신학교는 대한민국의 중산층이 모여 사는 강남 4구에서 확산이 더디다. 지구 환경 위기를 교육으로 극복하려는 생태전환교육도 예산이 삭감되는 등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대신 그에게는 좌파 교육, 전교조 후원, 내로남불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프레임에 갇힌 서울교육 수장의 존재는 교육감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수도권 교육청의 부교육감은 “조 교육감과 참모들이 정책 결정과 집행을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한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은 비정상 교육에서 비롯된 사회 현상이 뒷받침하고 있다. 의대 올인 교육과 급증하는 사교육비, 정치·사회 문제가 된 학교폭력, 교육의 중심인 교사들의 명퇴 러시까지 한국 교육이 흔들리는 징후는 서울에서 뚜렷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가진 주도적인 인간’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관건인 이 비전의 실현 전제는 진학 위주의 경쟁 교육 개선이고, 서울이 모범을 보일 때 파급력은 클 것이다.

BTS는 2013년 랩 ‘학교의 눈물’에서 “학교란 이 사회의 축소판, 어른들이 만든 약육강식의 풍토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일갈했다. 조 교육감도 극에 달한 한국의 경쟁 교육을 ‘과잉 경쟁’ ‘자기 파괴적 경쟁’으로 진단했다. 해결책으로 ‘대안적 이탈’과 ‘혁신 실험’을 내세웠지만, 성과보다는 교육이 진영을 대변하는 도구가 되는데 빌미를 제공한 것이 더 부각됐다.

조 교육감은 2017년 전교조가 반대하는 IB(국제 바칼로레아)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에서 IB는 이제서야 올해 6월부터 도입을 검토하는 탐색학교 형태로 초중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이 주춤거리는 사이 대구와 제주에서는 IB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인 경쟁 교육 완화와 교권 신장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공교육이 정상화 된다는 건 교육이 제자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은 친구가 경쟁 상대가 아닌 동반자가 돼 ‘정글 교실’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때 교권 회복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조 교육감이 남은 임기 동안 실험 대신 경쟁의 근원을 제거하는데 진력하기 바란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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