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어업규제 철폐 추진을 환영하면서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2023. 8.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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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지난 2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1500여 건에 이르는 어업 규제를 절반 이상 없애고 총어획량(TAC)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어업 활동을 하도록 제도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3년 동안 국제신문을 비롯한 언론을 통해서 비과학적인 일제잔재 어업규제를 모두 없애 달라고 줄기차게 주장을 해왔던 나로서는 우선 이 정도까지 들어준 해양수산부와 국민의힘 정책담당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부터 해수부가 진행해 온 어업규제개혁은 그냥 또 보여주기식 쇼로 끝날 것이라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현장 어민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한 혁신안으로 일단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지난 115년 동안 이리저리 얽히면서 만들어졌던 온갖 어업규제를 한꺼번에 다 없애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업규제 철폐를 추진하는데 참고했으면 하는 몇 가지 추가 사항들을 제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TAC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다 되어가지만 어가수와 소득은 꾸준히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어업을 하려고 않아 어촌은 점점 소멸해가고 있다. 수산업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것을 눈앞에서 바로 보고 있으면서 아직도 ‘수산자원보호’니 ‘남획’ 타령이었다. 수산자원이 아니라 어민이 멸종 위기임이 자명한데도 일부 수산전문가들이 아직도 기존 수산규제를 쉽게 풀어주면 안 된다고 훈수를 두고 있다. 수산 연구자와 정책담당자들이 선진국에서 하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면서 베낄 줄만 알았지, 정작 그 정책들을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해 본 적도 없기에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이번 어업규제 혁신안에서 없애기로 한 금어기·금지체장과 섞어잡기(혼획) 금지는 수산자원보호에 아무런 효과도 없을뿐더러 어업 비용과 노력만 낭비하게 하여 지금까지 어가소득이 꾸준히 줄어든 원흉임은 지난 국제신문 기고문과 연재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런 관행적인 규제는 지금이라도 당장 다 없애야 하는데, 해양수산부는 TAC에 동참하는 업종에 한 해서 단계적으로 풀어줄 거라고 한다. 마치 아이들 말 잘 들으면 사탕 하나 더 주겠다는 식으로 우리 어민을 계도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잘못된 규제라면 먼저 아무 조건 없이 다 없애고 나서 TAC에 참여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TAC 실행을 각국 의무조항으로 명시한 유엔해양법협약은 1982년에 나온 것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TAC가 과연 우리 바다 실정에 맞는지, 또 어떤 어종을 대상으로 해야 할지는 그 실효성을 철저히 검토를 해봐야 하는데도, 만병통치 선진국형 첨단 수산자원관리법이라며 그 비판과 토론을 원천 차단해 왔다. 그러나 우리 주요 어업대상 어종은 대부분이 기후변화에 그 개체군 변동이 민감하여 TAC 적정 어획량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기후변화에는 TAC와 같은 산출(output)이 아닌 투입(input) 규제가 더 효과적이다. 이는 1990년대 정어리를 TAC 대상종으로 했다가 이후 한 마리도 안 잡히게 되자 슬그머니 뺀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만약 올해 정어리가 TAC 대상종이었다면 할당량을 초과한 어획물이 바다에 버려져 동·남해가 온통 폐사체로 오염되었을 것이다.


또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주변국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는 회유 어종들이 국가 전체 어획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이 주변국과 공조 없이 홀로 하는 TAC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서 여러 번 설명했으며, 현장 어민이 더 잘 알고 있다. 이런 한계에도 시장경제 공급과 수요라는 측면에서 TAC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TAC를 굳이 해야 한다면 이런 경제적인 면을 면밀히 검토해서 실행해 보겠다고 하면 어민도 왜 굳이 반대를 하겠는가? 어민조차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부실하고 잘못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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