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지산 관광객 급증하자 ‘밤샘 등반’ 골머리
부상자 잇따라… 쓰레기 민원도
일본 오봉(お盆) 연휴 이튿날이었던 지난 12일 오전 9시 50분, 시즈오카현 방면 후지산 등반로 9분 능선 부근에 산악 조난 구조대가 불도저를 타고 등장했다. 정상에서 하산하다 발을 헛디뎌 크게 다친 프랑스인 남성(29)을 구조하기 위해 소방용 불도저까지 투입한 것이다. 이 남성은 최근 후지산 등산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미처 산장 예약을 하지 못하고 ‘밤샘 등반’을 시도하다 사고를 당했다.
일본 최고봉(해발 3776m)으로 인기 관광지인 후지산이 방문객 급증에 따른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등반로가 열린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북측 ‘요시다 루트’를 찾은 등산객은 10만5182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3만명 이상 늘었다.
등산객은 늘어나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 줄어든 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숙박 업체들은 객실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이 때문에 숙소 예약에 실패한 이들이 샌들, 핫팬츠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밤샘 등반’을 시도했다가 부상을 입는 소동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시즈오카현 당국엔 지난달 10~31일 등산객 소방 구조 요청이 31건 접수됐다. 작년 개장 기간(7월 10일~9월 10일) 접수 건수(51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야마나시현 등 후지산과 접한 다른 도시의 구조 요청 건수들을 포함하면 실제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흡연과 쓰레기 투기도 문제다. TV시즈오카는 26일 등산로 입구에 담배꽁초, 빈 음료수 병 등 쓰레기가 급증해 시민 7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아침에 청소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오봉 연휴엔 정상 부근에서 불법으로 드론을 띄운 외국인 등산객이 당국에 붙잡혔다.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8분 능선에서 모닥불을 피웠다가 현장 순찰원에 의해 제지되기도 했다. 후지산에선 불 피우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산장(山莊)에 묵지 못한 등산객 수십명이 매일 밤 산장 외벽 등에 기대 노숙을 하는 바람에 산장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당국이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야마나시현 당국은 지난 11일부터 등반로가 폐장하는 내달 10일까지 ‘요시다 루트’ 일일 등산객이 4000명을 넘으면 5분 능선부터 인원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 당국과의 합의도 제대로 마치지 않아 등산객 제한 수단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현재는 5분 능선 부근에 기존 3명 배치됐던 경찰 인력을 8명으로 늘리고, 전자간판에 ‘위험한 밤샘 등반을 삼가달라’는 호소문을 띄우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6일 인기 관광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해 “(관광객들의) 매너 위반으로 인한 혼란 등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이고 올가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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