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수 동결” 노조 갑질 14년… 운반비는 130% 폭등

신수지 기자 2023. 8.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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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묶인 레미콘 트럭 수, 2년 더 동결… 업계 “부작용만 커질 것”
지난 6월 초 경기 안양시에 있는 한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트럭들이 시멘트 등을 혼합한 콘크리트를 실어 나르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지난 25일 14년간 묶어둔 레미콘 믹서트럭 대수를 2년 더 동결하면서 레미콘 업계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9년부터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를 도입해 영업용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해왔다. 영세한 레미콘 트럭 차주의 생계 보호 취지였지만, 신규 공급이 막히자 협상력이 높아진 운송노조가 빈번하게 불법 파업에 나서면서 운반비가 급등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믹서트럭 노후화와 차주 고령화로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레미콘 업계에선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지 오래”라며 “제도를 폐지하거나 지역 레미콘 수급 현황을 잘 아는 지자체로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김의균

◇레미콘 값 58% 오를 동안 운반비 130% 올라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섞어 만든다. 레미콘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굳지 않게 계속 섞어주며 운송해야 하는데 이때 ‘믹서트럭’이 필요하다. 대체 수단은 없다. 그마저도 운송 시간이 90분을 넘으면 레미콘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운송 반경도 제한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믹서트럭은 2만6430대다. 이 가운데 국토부가 신규 등록을 금지한 영업용이 2만2645대로 85.7%에 이른다. 나머지 3785대는 레미콘 회사가 직접 소유한 트럭이다. 국토부는 레미콘 회사가 직접 소유한 트럭은 수급을 제한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미콘 회사 74.9%가 연 매출 120억원을 밑도는 소기업이어서 직접 트럭을 운용할 여력이 없다. 대다수 레미콘 회사는 개인 차주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등록이 제한되자 믹서트럭 차주들은 노조에 가입해 매년 집단행동을 벌이며 레미콘 값 인상 폭보다 더 큰 폭으로 운반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급 조절이 실시된 2009년 이후 14년 동안 레미콘 단가는 1㎥당 5만62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57.8% 올랐지만, 운반비는 1회당 3만3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130% 급등했다. 지난해만 해도 레미콘 성수기였던 7월 레미콘 운송노조가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했고, 10월과 12월에는 수도권 레미콘운송노조와 민노총 부산·울산·경남 레미콘지회가 파업을 벌여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전체 레미콘 영업 차량 중 80% 수준인 약 1만9000대가 민노총 또는 한노총 소속이다.

수급이 왜곡된 시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불법 암시장이 레미콘 믹서트럭 시장에서도 형성됐다. 기존 사업자가 은퇴해야만 신규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 구입비에 ‘번호판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번호판 프리미엄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레미콘사 대표는 “대체 운송 수단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매년 단체 행동을 벌여 운반비가 급등하고 있다”며 “젊은 기사들이 현장에 들어오고, 장비 효율도 높일 수 있도록 증차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수급 조절권 지자체에 넘겨야”

레미콘 업계는 지난 14년간 레미콘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운송 차량도 이에 비례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레미콘 공장은 1082개로 2009년보다 21.2% 늘었고, 출하량은 14.2% 증가했다. 하지만 공장당 평균 계약 차량은 2009년 23.5대에서 지난해 20대로 14.8% 감소했다.

정부는 2024~2025년 건설 투자 전망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앞으로 2년간 레미콘 믹서트럭 신규 등록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레미콘 업체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결정”이라고 반발한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연평균으로 보면 레미콘 차량이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조업이 몰리는 시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연중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에 맞춰 최대치를 잡고 지역 간 수요 차이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총량제 대신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차량 등록 대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레미콘은 지역 내에서만 생산과 타설이 가능해 지역별 건축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조절이 필요하다”며 “증차 권한을 지역 사정을 아는 지자체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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