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의무경찰 부활
‘나 태어나 이 강산에 의경이 되어/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24개월/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데모막다 돌 맞아서 병가가면 그만이지/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방석복에 실려간 ×같은 군대 생활’
의무경찰이 훈련 때 부르던 ‘짜박가(歌)’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한 사제군가다. 짜박은 경찰을 얕잡아 부르는 ‘짜바리’와 일이 크게 복잡해지거나 잘못됐다는 속어인 ‘박터진다’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가사는 지역이나 부대마다 조금씩 다르다. 방석복(防石服) 대신 기동복이라고도 했고, 복무기간이 줄면서 24개월을 1년 반이라 했다.
의무경찰은 경찰청에 소속된 준군사조직이다. 1982년 전투경찰대 설치법 개정으로 기존 전투경찰이 작전전경과 의무경찰로 분리되며 탄생했다. 2013년 전경이 폐지되면서 수행하던 임무는 의경에게 넘어왔다. 의경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방범순찰이나 집회관리 등 임무에 따라 경찰병력으로 복무했다. 이들은 ‘전환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의경은 도입 당시만 해도 규모가 막대했다. 가장 많았던 때 3만5천명에 달했다. 전경 1만5천명까지 합하면 경찰조직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수립된 전·의경 감축과 경찰관기동대 창설에 따라 꾸준히 감소, 마지막 기수가 전역한 올해 5월 완전 폐지됐다.
의무경찰제가 다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차별 흉기 난동 등으로 불안한 치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약 8천명을 순차적으로 채용 계획이라고 한다.
위헌·인권침해 논란과 병력 감소 등 문제가 많아 폐지한 제도를 몇개월 만에 되살리겠다는 것은 졸속이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직업 경찰로 훈련받지 않은 의경이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출산율 저하로 병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국군 정원은 50만명이었으나 연말 48만명에 그쳤다. 의무경찰제 재도입은 방위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치안불안 해법을 의경 부활에서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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