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여전히 당시 학살 외면… 민간선 “사죄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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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및 조선인 학살 발생 100년을 맞아 일본 정부는 지진을 철저히 대비하자는 교훈을 되새길 뿐 당시 벌어진 참상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2003년 8월 일본 정부에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는 권고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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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사 지진 대비에만 초점… 도쿄도지사는 추도문 7년째 거부
130개 시민단체 도쿄서 추도대회
“학살 인정않는건 역사 말살 행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및 조선인 학살 발생 100년을 맞아 일본 정부는 지진을 철저히 대비하자는 교훈을 되새길 뿐 당시 벌어진 참상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각부 홈페이지에 ‘간토대지진 100년’ 특설 페이지를 꾸미고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방재와 자원봉사 모임’ ‘아시아 방재 세계회의’ 등 행사는 지진 피해를 어떻게 막을지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2003년 8월 일본 정부에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는 권고서를 보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최근 권고서에 대해서도 “20년 전 일이라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매년 9월 1일 당시 학살을 추모하는 추도식에 도쿄도지사가 추도문 발송을 7년째 거부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는 학살로 죽은 영혼을 달래는 추도비가 설치돼 있고 매년 추도식이 열린다.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큰 재해와 여러 사정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보낸다”고 구두로 언급할 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학살당해 숨진 이들을 지진 피해자로 뭉뚱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1974년 이 행사가 시작된 이래 극우 성향 이시하라 신타로 등을 비롯한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모두 추도문을 보냈다.
일본 시민들에게는 당시 대학살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일본여론조사회가 올 6∼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사실이 아닌 소문으로 혼란이 심했다는 사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66%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당시 참상을 저지른 것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억울한 희생을 추도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일본 130개 시민단체는 31일 도쿄에서 추도 대회를 연다. 앞서 25일에는 일본 도쿄의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년 희생자 추도 대회’ 개최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대회 집행위원회 후지타 다카카게(藤田高景) 사무국장은 “간토대지진 학살은 일본 역사 최대의 민족 학살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역사를 말살하는 행위이자 세계적으로도 통하지 않는 일”이라며 “일본 정부는 학살을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2일에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서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도 개최한다.
한국 정부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추도 행사를 크게 개최한다. 재일동포 단체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매년 민단 강당에서 열던 희생자 추도식을 정부 후원으로 9월 1일 도쿄 지요다구 도쿄국제포럼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대지진 및 학살 100년을 기념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 온 양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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