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어민 “한 절반은 죽었고, 나머지는 반건달이지 뭐…”

김양진 기자 2023. 8. 2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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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③]
터전 잃은 어민이 2만여 명…“새만금개발로 어업 피해 연간 1조원, 30년간 10조원 추정”
2023년 8월15일 오전 전북 새만금 수라갯벌. 한 주 전 내린 비로 물길이 생겨 2006년 몰살당한 조개의 껍데기가 쌓은 층이 드러났다. 김양진 기자

☞☞[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②]물은 썩어가고 세금도 썩어간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이날 우리를 태운 소형 조사선 옆에는 ‘기세가 크게 일어나 잘 뻗어나간다’는 뜻의 창성3호라는 글구가 새겨져 있었다. 배 뒤엔 도르래가 덩그러니 달려 있었다. 선장 이성열(68)씨에게 물었다. 원래 만경강 하구에서 꽃게를 잡던 배였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은 우리뿐이지만 여기 근처에 이런 배가 수백 수천 척이 떠 있었어요”라고 돌이켰다. 새만금 북단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 하제항에서 출발해 바다 위에서 저 도드래를 억세게 돌리면 그물에 걸린 꽃게들이 주렁주렁 딸려나왔다. 버스 종점인 마을 입구에는 제과점에 다방, 당구장, 술집들이 즐비했단다. 노랑조개가 많이 나서 수출하고, 전국 최초 조개위판장까지 세워졌던 부촌이었다. 하지만 2006년 방조제 공사로 바다와 강제로 연을 끊어야 했고, 2009년 군산 미군기지가 탄약고를 확장하면서 하제마을 664가구 2천여 주민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이씨는 “한 절반은 죽었고, 나머지는 반거챙이(‘뭔가가 되려다 만 사람’을 뜻하는 전라도 말), 반건달이지 뭐…”라고 했다.

2023년 8월14일 오전 전북 군산 하제마을 임시 간이포구에 소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하제항은 전국 유일의 어패류 위판장이 있었고 꽃게 등 수산물 생산량이 많은 분주한 어항이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2006년)되면서 바다에서 멀어져 어항 지정이 해제됐다. 현재는 과거 바다 한 가운데였던 장소에 임시 포구가 만들어져 소일거리용 어선들만 몇척 정박한다. 그뒤 군산 미군기지가 탄약고를 확장하면서 2009년 마을도 해체됐다. 김양진 기자

“나는 그래도 보상금을 1억원 정도 받았지만 수천만원도 못 받은 사람이 수두룩해요. 맨손으로 바지락 캐고 조개 줍고 해서 잘 먹고살았던 사람들인데…. 방조제 한다고 해서 많이 반대했어요. 먹고살겠다고…. 군산 시내에서 1억으로 뭐 합니까. 임대아파트 구해서 겨우 살아요. 숭어라도 잡아야지 하고 기름 채워서 (새만금호에) 나와 있는데, 많이 팍팍합니다. 재미로 나오는 거지 먹고살 정도도 안 돼요.”

2023년 8월15일 오전 전북 새만금 수라갯벌을 오동필(맨 왼쪽) 새만금생태조사단장, 홍재상 인하대 명예교수, 사토 신이치 일본 시즈오카대학 교수 등이 살펴보고 있다. 한 주 전 내린 비로 물길이 생겨 2006년 몰살당한 조개의 껍데기가 쌓은 층이 드러났다. 류우종 기자

“일거리를 잃은 어민들, 일용직으로 풀뽑기로 생계 이어가”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진 이후 방조제 밖에서 조업하려면 큰 배가 필요하다. 물이 깊어져서다. ‘창성3호’도 방조제 밖 바다엔 맞지 않는다. 극소수만이 어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렇게 새만금 개발로 터전을 잃은 어민이 군산·김제·부안에 2만여 명이다. 새만금 어민들의 삶을 추적 조사한 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장 김경완씨의 말이다. “일거리를 잃은 어민들은 인근 하우스나 농지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농어촌공사에서 한시적으로 주는 풀뽑기 같은 일을 해요. 과거엔 하루만 일해도 10만∼20만원씩 벌어서 가정을 건사했는데, 이제는 매일같이 밤늦게까지 일해도 살아가기 어려운 거예요.” 보상금액도 터무니없이 적었다. “맨손어업 하는 분들이 평균 보상액이 650만원이었어요. 두 달치 소득도 안 되는 거죠. (정부는) 개발이라는 국가 정책에 이런 피해는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2023년 8월14일 오후 새만금호 수라갯벌에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저어새가 날아들었다. 정부는 이곳을 매립해 새만금신공항을 2028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류우종 기자

우리나라 갯벌, 1천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연간 17조8천억원 가치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새만금 갯벌은 물고기가 산란하기 아주 좋은 장소였어요. 이 물고기들이 커서 전북 전체로 공급된 거죠. 단순히 새만금 지역 앞바다만 죽은 게 아니라 전북 전체 어획량에 영향을 미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새만금 지역 어업 피해가 연간 1조원, 30년간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만금사업 시작 직전인 1990년 전북 지역 전체 어획량은 15만234t이었지만 2019년 8만2664t으로 약 45% 감소했다. 2019년 전북 지역 어업생산금액은 3180억원이다. 1990년 당시 전북 지역 어획량이 충남 지역의 2.5배였던 점을 고려하면 새만금 개발이 없었을 경우 전북 지역 어업생산금액은 1조4310억원(2019년)일 것이다. .

어업뿐 아니라 갯벌의 ‘생태경제적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해양수산부·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우리나라 갯벌에는 1천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며, 공급(조개·낙지 등), 조절(오염 정화 등), 문화 등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따지면 연간 17조8천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홍재상 인하대 명예교수(저서생물학자)는 “이제 생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나와 생태적 가치를 정량화하는 연구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전북)=글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④] 도요새 날아드는 수라갯벌 지켜라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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