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물은 썩어가고 세금도 썩어간다
건설사들, 지역사람들 이익과 상관없이 매년 매립하라고 정부가 주는 예산 7천억∼8천억원을 아이스크림 녹여 먹듯 먹어
☞☞[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①]수라갯벌을 아수라의 손아귀서 구하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2020년 12월 해수유통 확대는 사실상 ‘사실상 새만금호 담수화(농업용수 이용) 포기선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새만금호를 기수호(바닷물·민물이 섞인 호수)화할지에 대해선 “지켜보자”며 2024년까지 판단을 미뤘다. 이 때문에 애초 ‘100% 농경지 조성’ 목적으로 1991년부터 추진돼온 새만금간척사업 추진 자체가 실패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업용수용 저수지는 하천 상류에 조성돼 아래쪽 논밭으로 물을 내려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강의 하구인 만경강·동진강 유역을 새만금호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이었음이 시민생태조사단의 판단이다. 더욱이 개발 30년이 넘도록 간척한 땅 상당 부분이 빈 땅으로 남아 있다. 대체 왜 이 엄청난 땅을 매립했고, 누가 이 일을 결정했는지 등등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파행으로 끝난 ‘새만금 잼버리’(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8월1∼12일) 소동으로 ‘매립 지상주의’ ‘개발 지상주의’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주기장장 5대 규모 새만금이 동북아 허브공항?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계속 거짓말이에요. 바닥에 가라앉는 밀도 높은 염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하구 쪽을 막아서 담수호로 만들어야 수면이 낮아져 드러나는 땅이 늘어납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건설사들 입장에선 좋은 거죠. 이 사람들이 지역사람들 이익과 상관없이 매년 매립하라고 정부가 주는 예산 7천억∼8천억원을 아이스크림 녹여 먹듯 먹고 있어요. 애초에 새만금의 생명이 죽는지는 안중에 없었던 거예요”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2023년에 새만금 잼버리 한다고 2029년 예정인 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받고, 무안공항(전남)도 주기장이 40대 규모인데, 주기장 5대 규모에 활주로가 짧아 소형 비행기밖에 못 뜨는 새만금신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만든다고 하고, 맹목적으로 매립하려고 계속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라면 정치가 빠지지 않는다. “지역 정치인들은 표심 잡는다면서, ‘지역민을 위한 새만금 개발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까지 ‘새만금 개발 반대냐’고 각을 세웁니다. 국민의힘이 정권 잡으면 낙동강이 작살나고, 민주당이 잡으면 새만금이 작살난다고 하잖아요. 정치인들이 연안습지나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토건 세력과 손잡은 공무원들이 올린 글을 그대로 읽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정부 쪽은 새만금호를 담수호에서 해수호로 되돌려놓는 데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물이 썩어가는 이유가 해수와 소통이 안 돼 산소가 없어졌기 때문임이 밝혀졌잖아요. 해수유통만이 답이라고 나왔잖아요. 기존 구조물을 없앨 순 없으니 시화호처럼 갑문을 늘리고 조력발전을 하면 된단 말이죠. 그런데도 하루 2회 유통조차 제대로 안 합니다.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아예 해수유통을 안 합니다. 계속 물이 썩어가는 이유죠.”(한승우 전북 전주시의원·전북녹색연합 새만금살리기위원장)
해수유통이라는 답이 나와도 미적대는 정부
이에 대해 새만금 방조제 건설·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의 담당 간부 ㄱ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상류의 가축분뇨 등 오염원 배출 때문에 수질이 목표에 못 미쳤다. 2020년 새만금위원회 결정으로 새만금호 물 대신 금강 물을 농업용수로 쓰라고 계획이 변경됐지만, 담수호를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다. 환경부가 (2024년) 담수화 포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애초에 계획 설정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하천은 그냥 바다로 버려진다. 이런 버려지는 수자원을 활용하고 토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담수화가 추진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2020년 10월 환경부 연구용역(새만금 수질 평가 및 개선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와도 배치된다. 전북대 지구환경시스템연구소가 작성한 이 보고서를 보면 새만금호 내부에서 발생하는 오염량이 만경강·동진강에서 유입되는 오염량의 1.5∼10배에 달한다. 특히 2001년까지 1급수였던 새만금호 수질이 2019년 6등급으로 단계적으로 악화한 건 해수 유통량 축소(2006년 70억→10억t, 2014년 10억→2억t)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됐다. 보고서는 강과 호수 바닥을 파내서 매립토를 확보하는 준설이 수심이 깊어지게 해 새만금호 수질을 악화시킨다고도 언급했다. 정부는 100% 준설로 매립토를 확보하는 방식의 매립을 2050년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새만금(전북)=글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새만금, n번 죽이지마라③] “한 절반은 죽었고, 나머지는 반거챙이, 반건달이지 뭐…”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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