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400년만에 국산 가스터빈으로 돌아온 조선의 도자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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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경기 김포의 가스터빈 발전소에 국산 가스터빈 발전기가 최초로 도입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은 조선의 도공을 데려가 단순히 도자기만 만든 것이 아니라 훗날 가스터빈 발전이라는 첨단 제조기술로 진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산화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넘어간 도자기 기술이 수백 년 지나 가스터빈으로 고국에서 명맥을 이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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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경기 김포의 가스터빈 발전소에 국산 가스터빈 발전기가 최초로 도입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전체 발전의 20%나 차지하는 가스발전의 국산화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석탄화력발전-원전-LNG발전-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발전의 포트폴리오 중 유일하게 국산화가 안 된 부분이 바로 LNG발전이었다. 전국에 150여개 LNG발전소가 있지만 모두가 미쓰비시파워, 지멘스, GE 등 외산 발전기를 쓰는데 처음으로 국산 LNG 터빈발전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예정된 LNG발전소 설립계획에서 10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고 하니 외산 기기업체들의 대응도 자못 흥미롭다.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가스터빈의 국산화는 그동안 국가적으로도 난제였다. 글로벌 원전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LNG발전기를 국산화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500도의 배기가스 고열을 견디는 발전기의 날개(Blade)를 만드는 기술이 문제였다. 이번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상업운전에 성공했는데 불철주야 애쓴 기술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더 애잔한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당대 세계의 도자기 기술이 400여년 만에 조국으로 귀환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은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이었기에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특명으로 조선의 도공을 자국으로 데리고 갔다. 당시 조선은 고령토라는 재료기술과 1400도 넘는 불기술로 중국과 더불어 세계적 첨단 도자기 기술을 보유했다. 조선의 도공을 확보한 일본은 그후 어떻게 됐을까. 일본은 자국의 도자기를 유럽에 팔아 은을 대량으로 확보해 국부를 쌓은 후 이들 나라로부터 첨단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여 훗날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승리자가 돼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17세기 일본의 부국강병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 조선의 첨단 도자기 기술이었던 셈이다.
가스터빈 제조에서 도자기의 기술은 핵심이다. 가스터빈발전은 증기만을 이용하는 원전이나 석탄화력과 달리 천연가스와 압축된 공기를 한꺼번에 주입해 연소시켜 나오는 고온고압의 출력을 이용해 1차적으로 터빈을 돌린 다음 연이어 이 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어서 다시 한 번 돌린다. 그래서 복합(combined)화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일 처음 고온고압에 노출되는 터빈 날개의 주성분이 바로 도자기, 소위 세라믹이다. 일본은 조선의 도공을 데려가 단순히 도자기만 만든 것이 아니라 훗날 가스터빈 발전이라는 첨단 제조기술로 진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산화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넘어간 도자기 기술이 수백 년 지나 가스터빈으로 고국에서 명맥을 이은 셈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간 조선의 도공에게 귀국을 종용했지만 조선의 도공들은 한사코 귀국을 거부했다. 일본에서 국가적으로 나름 예우를 받던 도공 입장에서는 신분이 빈천한 조선의 도공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것이다. '못난 조선'(문소영)에 나오는 말이다. 400여년의 시간은 이 시대 우수한 기술자들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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