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한국형 미래 과수산업 변화 주도

원재희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로 우리 과수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바뀌었고, 이상기상의 빈도 증가, 노동력 부족과 빠른 소비 트렌드 변화는 과수 재배기준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흔들고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 복숭아는 어려운 여건에서 재배 관리해 왔으나 올해 저온·우박·비 피해 등으로 품질이 나쁘거나 정상 수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이에 올 7월 중순 도농업기술원 주관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복숭아 다축형 평면수형 모델 현장평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기존 재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형 스마트 과원의 기반이 되는 수형 모델을 제시하고, 과수 재배방식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논의·토론했다.

다축형 수형이란 나무를 옆으로 눕혀 수평 방향으로 길게 자라게 하고, 그 위에 다시 여러 개의 수직 방향 가지(축)를 키우는 구조를 말한다. 도농기원에서 개발한 다축형 모델은 사과는 10축, 복숭아는 8축 내외로 분산하여 키우는 방식이다. 다축형 나무는 축수가 늘어날수록 키가 낮아지고 폭도 좁아져서 공간 효율이 높고, 내재해 시설 설치가 용이해진다. 일명 ‘Fruit wall(과일벽)’, 낮은 키와 좁은 폭의 평면 수형을 구현하면 작업 동선이 짧고 관리가 용이해지며, 무인방제, 기계전정, 로봇 및 드론 수확기 등 스마트 장비 적용도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또한 통풍이 잘되고 적은 농약으로 방제도 손쉬워지며 그 효과도 기존 입체형 수형보다 훨씬 우수하다. 특히 경사지 과원이 많은 강원 등에서 높은 사다리나 고소작업차 등의 장비 사고를 당할 위험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전국 지자체 연구기관 중 도농기원이 가장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2020년 사과·복숭아 다축형 수형모델 개발 연구에 착수, 2021년부터는 농가실증 과수원 운영을 병행하여 경제성 및 현장 문제점까지 복합 검토하고 있다.

다축형 수형은 생육 속도가 빠르고 착과 특성도 안정적이다. 농가실증 연구 3년 차 현재 사과는 도 전체 평균에 육박하는 생산량을 목표로 하고, 복숭아는 공간 이용효율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도 전체 평균의 3배까지 증수가 예측된다. 또 자동개폐형 다목적 방조망과 비가림 등 내재해시설 효과 검정, 생력형 기계화 연구 등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성공적인 시스템 정착을 위해 생산·경영·유통 등 전반에 걸친 세심한 검토와 연구 투자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를 시작으로 과수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다축형 평면 수형과 스마트 농업기술의 융합은 생산성 향상과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의 큰 도약이 될 것이다. 전국 단위 공동연구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지자체 지원 노력으로 한국형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새로운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