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사의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이전,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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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가 최근 교내에 있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항일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흉상은 2018년 3·1절을 맞아 독립군과 광복군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육사 건물 중앙 현관 앞에 설치했다.
육사 측은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 논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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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경력자를 꼽자면 홍범도 장군일 것이다. 그는 1920년 김좌진 장군과 함께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 활동했던 전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유시 참변과 항일무장 투쟁 세력이 크게 약화된 뒤,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돼 소련 공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 처지를 감안해야 한다.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박정희 정부 때 그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1962년)된 것도 이런 역사적 맥락을 감안했기에 가능했다.
더구나 홍 장군, 김 장군 흉상은 국방부 청사 앞에도 있다. 육사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면 국방부 청사 앞에 놓인 흉상은 뭐라 설명할지 의문이다. 해군이 운용 중인 214급 잠수함 ‘홍범도함’은 또 어떻게 정리할 건가. 물론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지난해 10월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걸라고 했다”는 주장처럼 문재인정부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홍 장군의 빛나는 독립군 공적을 정치적 이유로 훼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흉상 이전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좌진장군 기념사업회 등은 “‘문재인정부 지우기’를 하려다가 우리 ‘국군의 정통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며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이회영 선생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도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가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던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 내부에서도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단선적인 잣대로 독립운동가의 폭을 좁히고 공적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서두르지 말고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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