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 들여 와인 버리는 프랑스, 왜?… 올림픽 수영장 100개 채울 양

문지연 기자 2023. 8. 2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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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의 본산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지역의 한 포도 농가. 폭염으로 인한 곰팡이 피해를 입어 포도들이 바짝 말라있는 모습이다. /EPA 연합뉴스

세계 1위 와인 수출국인 프랑스가 거액을 들여 이미 만들어진 와인을 대거 폐기하기로 했다. 무려 올림픽 규격 수영장 100여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2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BBC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잉여 와인을 처분하고 피해를 본 포도 재배 농가를 지원하는 데 2억1600만 달러(약 286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폐기되는 와인의 양은 약 6500만 갤런(약 2억4600리터)으로 올림픽 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100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정도다.

다만 모든 와인이 전부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건 아니다. 수거된 와인은 알코올 증류 등 몇 가지 공정을 거쳐 손소독제·세척제·향수 등 다른 품목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또 포도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이뤄질 예정이다. 당국은 포도 대신 올리브 등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경우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프랑스 남주 아르데슈주 한 농가에서 수확한 포도. /로이터 뉴스1

멀쩡한 와인을 돈까지 들여 처분하는 것은 시장 가격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최근 프랑스는 와인 생산비용은 치솟고 있지만 소비는 급락세 보여, 일부 농가는 이익을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레드와인의 본산으로 유명한 남서부 보르도 지역도 마찬가지다. 마르크 페스노 농무장관은 “이번 예산은 와인 가격 붕괴를 막아 제조업체들이 다시 수입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의 고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와인 소비가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층들의 관심이 와인에서 수제 맥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현지 방송사 RTL은 “젊은 세대는 와인보다 수제 맥주를 선호한다”며 “올해 프랑스 슈퍼마켓에서 맥주 판매량이 처음으로 와인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프랑스산 와인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 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한몫했다. 중국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부터 팬데믹 기간에 와인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해 기준 포르도산 레드와인의 중국 수출량은 2019년의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외에 전 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도 작황을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떫은맛을 강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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