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금지하니 더 궁금해졌다…제목 변경 요청만 3번째 [Oh!쎈 초점]

김보라 2023. 8. 2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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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금지하면 더 많이 알려지게 될 수밖에 없다.

내달 13일 개봉을 앞둔 공포영화 ‘치악산’이 강원도 원주시로부터 제목 변경 항의를 받으며 법적 분쟁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주시 측과의 갈등이 개봉 전 영화의 스토리에 관한 호기심을 높이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막으려고 하니 더 알고 싶어지게 된 것이다.

공포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 배급 와이드릴리즈, 제작 도호엔터테인먼트)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실존하는 우리나라 치악산 국립공원에서 18조각으로 토막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가상의 괴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픽션 공포영화다. 경찰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원주시 측은 강원특별자치도 내 원주시에 위치한 치악산을 배경으로 해 관객들에게 도시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이달 ‘치악산’ 측에 제목 변경과 함께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들어간 장면의 일부 편집을 요구했다. 이에 ‘치악산’의 제작진은 직접 원주시 관계자들을 두 차례 만나 협의에 들어갔다고.

그러나 지난 24일 오후 OSEN 취재 결과 ‘치악산’의 제목 변경은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제작사 측이 공식입장을 내며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에 등장하는 ‘치악산’ 언급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는다”며 “또한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치악산’ 측은 “영화 본편 내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했음을 고지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며 “이미 본편 내에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회사 단체·그 이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막은) 엔딩크레딧 부분에 위치해 있어 보다 많은 관객들께 노출될 수 있도록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진행하는 방향 역시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원도 원주시는 오늘(27일)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 ‘치악산’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영화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재산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법적 조처, 오히려 이게 새 영화 ‘치악산’의 판을 키워준 셈이다. 부정적인 방향이지만 홍보에 적지않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에 대해 몰랐던 예비 관객들도 ‘치악산’에 관심을 갖게 됨과 동시에 가상의 괴담에 대해 한층 더 호기심이 솟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됐기 때문이다.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는 의미다.

영화와 지역 간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스터리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2016) 측은 전라남도 곡성(谷城)의 반발이 거세지자, 울 ‘곡’(哭)에 소리 ‘성’(聲)으로 한자만 바꾸었다. 본래 곡성의 지역명은 골짜기의 도시라는 의미다. 영화는 한자의 음만 이용한 것.

그런가 하면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2018)도 상영금지 소송이 진행됐는데, 서울중앙지법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곤지암 정신병원 건물 소유주가 제작사 및 배급사를 상대로 청구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영화 ‘곤지암’은 소유주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영화가 명백히 허구인 만큼 부동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담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부정적인 내용으로 영화화하면 지역 주민이나 지역 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허구임을 강조한 영화 ‘치악산’ 측이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원주시 측의 강경한 입장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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