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韓 최초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포인트를 획득한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그리고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기에 입맞춤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여자 단식 세계 1인자 안세영(삼성생명)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면서 한국 배드민턴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배드민턴 여자 세계 1위 안세영은 27일 밤(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열린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세계선수권대회 2023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6위·스페인)을 세트 스코어 2대0(21-12, 21-1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1977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단식 부문 정상에 오른 건 안세영이 처음이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에서 파죽지세 행진을 이어갔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그는 2회전에서 고진웨이(26위·말레이시아), 3회전에서 장베이웬(10위·미국)을 연이어 2대0으로 완파했다. 이어 8강에서 2017년 세계선수권 우승자 오쿠하라 노조미(36위·일본)를 2대1로 제압했고, 준결승전에서 '천적' 천위페이(3위·중국)를 2대0으로 눌렀다. 지난해 8월까지 7전 전패를 당했던 천위페이를 상대로 안세영은 자신 있게 맞받았고,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5승 2패로 우위를 점했다.
안세영은 1993년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로는 30년 만에 세계선수권 단식 결승에 올랐다. 30년 전 방수현은 수지 수산티(인도네시아)에게 밀려 준우승을 했다. 안세영은 선배 선수의 한을 풀었다. 결승에서 만난 카롤리나 마린은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통산 3회 우승 등 유럽을 대표하는 강자다. 그러나 안세영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안세영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고, 42분 만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야말로 안세영의 전성시대다. 그는 세계선수권을 포함해 올해 출전한 13개 국제대회에서 8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지난 3월에는 배드민턴 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에서 우승했다. 우승하지 못한 다른 5개 대회에서도 모두 3위 이내 성적(준우승 4회, 3위 1회)을 거둬 시상대에 올랐을 만큼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안세영을 두고 BWF는 '무결점(impeccable)'이라고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기량을 갈고닦았다. 하체 근력과 빠른 발을 키우기 위해 모래판에서 이색 훈련을 한 일화도 있다. 지난해까지 수비형 선수였던 그는 성인 무대에서 더 도약하기 위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세계선수권 결승을 포함해 안세영은 올해 치른 국제 대회에서 승률 92.3%(60승5패)를 기록 중이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 단식 종목의 부흥을 이끄는 중이다. 광주체중 3학년이던 2017년 12월 최연소 배드민턴 국가대표가 됐고, 2019년 12월에 한국 선수 최초 BWF 신인상을 받았다. 이어 경험을 쌓았으며 올해 전영오픈, 세계선수권 등 세계 무대를 평정하면서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앞서 혼합복식 결승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우승에 성공했다. 혼합복식 세계 5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공항공사)이 결승에서 이 부문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을 2대1(21-17, 10-21, 21-18)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혼합복식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2003년 버밍엄 대회 때 정상에 오른 김동문-라경민 이후 20년 만이다. 서승재-채유정은 정쓰웨이-황야충과 앞서 9차례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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