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홍범도 공산주의자 몰아 육사 흉상 제거는 反역사적…이종섭 퇴진하라”
국방부 “공산당원, 생도교육 상징장소 배치는 육사 정체성 위배, 역사교육 균형성 측면서 이전”
이종찬 광복회장은 27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이종섭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현재 육사 충무관 중앙 현관 앞에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 있는데, 독립기념관으로 이전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이 소련 적군(공산주의 소련)에 의해 발생한 ‘자유시 참변’ 당시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소련군과 이르츠쿠 고려공산당은 공산주의 소련군 입대를 거부한 민족주의 계열 비공산 독립군에게 사상과 상관없이 무조건 공산주의 소련군 입대 요청을 했으며 이르츠쿠 고려공산당과 소련군은 입대를 거부한 비공산주의 계열 독립군을 학살, 독립군 36명이 전사하고 1800여명이 실종되거나 포로가 됐다.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 참변 당시 소련 측에 협조했고, 공산당에 가입, 당증까지 받았다. 이후 우파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자유시 트라우마’로 공산주의 세력을 철저히 거부하는 계기가 됐디.
이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26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서 “공산주의 국가인 북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위치의 적절성, 역사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흉상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국방부는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 이전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이종찬 회장은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수반으로 선전해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봉환 사업을 방해했다”며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도 한 그는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으로 대체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흉상을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한 귀퉁이에 넣게 된다면 차라리 파손하여 흔적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또 백선엽 장군에 대해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한 인물이라며, 이에 반해 “당신이 철거한다는 다섯 분의 영웅은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라를 찾기 위해 생명을 걸었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서도 홍범도 장군을 꾸준히 예우해온 군이 홍 장군의 이력을 쟁점화하는 게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200m 남짓 거리의 합참 청사로 이전하면서 기존 국방부 청사 앞에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새 청사로 옮기는 등 정성을 쏟은 바 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불과 다섯 달 전인 지난 3월 해군 최신예 잠수함 홍범도함(1800t급)에 직접 승선해 승조원들을 격려하며 강한 정신전력을 갖춰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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