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해냈다...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세계 첫 제패
혼합 복식에선 서승재-채유정 조 金
여자 배드민턴 안세영(21·삼성생명)이 자신의 배드민턴 우상인 방수현(51)도 해내지 못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배드민턴 선수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단식 부문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세계 1위 안세영은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42분 경기 끝에 세계 6위 카롤리나 마린(30·스페인)을 게임스코어 2대0(21-12 21-10)으로 따돌렸다. 마린과의 역대 전적에서 6승4패로 앞서게 됐다.
1세트 초반엔 안세영이 마린을 이리저리 흔들고 그의 실수를 유도하며 일찌감치 10-4로 앞서갔다. 이후 마린은 3점을 따라잡았지만, 안세영은 몸을 내던지는 철벽 수비력을 과시하는 등 몰아붙이며 18-9 더블 포인트 우위를 점했다. 안세영이 20-12로 앞선 상황에서 마린의 샷이 라인 밖으로 넘어가며 1세트를 선취했다.
2세트가 시작하자마자 안세영은 4연속 득점하며 기세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마린도 만만치 않았다. 마린은 이후 거세게 반격하며 순식간에 10-10 동점이 됐다. 하지만 안세영은 꺾이지 않았다. 안세영은 연이어 신들린 듯한 공격을 꽂아넣는 등 내리 11득점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세영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두 팔을 들어 올려 포효했고, 유니폼에 있는 태극기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는 “(대회를) 잘 즐겼다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세영은 9월부터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로써 안세영은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에서 우승을 맛봤다. 1977년 시작한 이 대회가 올해 28회를 맞는 동안 한국 단식은 준우승 2차례, 3위 9차례에 그쳤다. 1993년 방수현이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한 데 이어 1995년 박성우가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했다.
안세영은 오랜 시간 침체됐던 한국 여자 배드민턴 단식 부흥을 이끌고 있다. 2019년 프랑스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7세)을 차지한 그는 특히 올해 들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12개 국제대회에 참가해 11차례 결승에 올라 벌써 8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달 31일 BWF에서 발표한 여자 단식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가 단식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건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이었다.
앞서 열린 혼합 복식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 복식 세계 5위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8·인천국제공항) 조가 세계 1위 정쓰웨이(26)-황야충(29·이상 중국) 조를 게임스코어 2대1(21-17 10-21 21-18)로 꺾고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2003년 김동문(48)-라경민(47) 조 이후 20년 만에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에서 우승했다. 이날 전까지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9전 전패 절대 열세였던 서승재-채유정 조는 열 번째 맞대결에서 ‘9전10기’에 성공하며 처음 승리했다. 채유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렇게 뜻깊은 날이 온다.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준비를 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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