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첫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우승 ‘쾌거’
안세영(21·삼성생명)이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썼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6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2-0 (21-12 21-12)으로 꺾었다. 앞서 1993년 대회에서 준우승한 방수현 이후 30년 만에 여자 단식 결승에 진출하는데 성공한 안세영은 마린을 제압하며 1977년 시작한 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의 여자 단식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또한 올해 국제대회에서 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3월 배드민턴 오픈 대회 중 최대 메이저대회인 전영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2023년을 힘차게 출발했다. 그리고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가 높은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면서 안세영의 장기 독주 체제를 열었다.
2017년 12월 성인 실업 선수들을 제치로 이용대 이후 처음으로 학생 신분으로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안세영은 유망주 꼬리를 뗀 뒤에도 묵묵히 기량을 갈고 닦았다. 2019년에는 기량이 만개했다. 그해 열린 BWF 뉴질랜드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시작으로 1년 동안 5개 국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 해 세계랭킹을 99위에서 9위로 끌어올리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BWF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안세영은 ‘천적’의 벽에 무너졌다.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로 번번히 고배를 마셨고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8강전에서도 0-2(18-21 19-21)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안세영은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2022년 7월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결승에서 마침내 천위페이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다. 벽을 넘어선 안세영은 거침없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천적이 안세영을 성장시킨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왔기에 안세영의 우승은 어찌보면 준결승부터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만난 천위페이(세계랭킹 3위)를 2-0(21-19 21-15)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큰 벽을 넘은 안세영은 결승에서도 1세트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며 수월하게 가져간 뒤 2세트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린을 고개 숙이게 했다.
복식 종목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랭킹 5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은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을 2-1(21-17 10-21 21-18)로 꺾었다.
한국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이 나온건 2003년 대회에서 우승한 김동문-라경민 이후 20년 만에 나온 쾌거다. 이후 한국 혼합 복식은 결승전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고 동메달 3개에 그쳤다.
정쓰웨이-황야충은 통산 승률 90.8%(238승 24패)를 자랑하는 혼합복식 최강자다. 서승재-채유정의 승률은 69.4%(118승 52패)다. 이날 전까지 정쓰웨이-황야충을 상대로 9전 전패를 당했었다. 그런데 첫 승을 가장 극적인 순간에 따내며 역사를 썼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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