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차’ 상상 실현 시간문제…기술은 완성, 안전은 열공
현대차 대형 밴 ‘쏠라티’ 라이다 8대·카메라 10대· 레이다 5대 장착
아이오닉5 기반 택시형 자율주행차 ‘로보라이드’ 강남서 시험 운행
미 샌프란시스코선 GM 크루즈·구글 웨이모 ‘로보택시’ 상업 운전
2005년 10월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 지역에서 오프로드 212㎞를 달리는 자동차 대회 ‘다르파(DARPA) 그랜드 챌린지’가 열렸다. 23팀이 출전했지만 어떤 차량에도 운전자는 없었다. 차량이 스스로 오프로드를 주행해야 했다.
대회를 주최한 다르파는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소련이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려 세계 최초로 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이듬해 창설한 기관으로, 인터넷·위치정보시스템(GPS)·드론 등이 모두 다르파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회도 ‘2015년까지 지상군 차량 3분의 1을 자동화하겠다’는 목표로 마련됐다.
직전 해 열린 1회 대회에서는 어떤 차량도 완주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차량 5대가 코스를 완주했다.
1위는 6시간53분 만에 도착한 미 스탠퍼드대 자율주행차 ‘스탠리’. 스탠리에는 레이저를 발사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형상을 3차원(3D)으로 이미지화하는 라이다(LiDAR)와, 다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규칙과 패턴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18년 전 겨우 걸음마를 뗀 자율주행차는 이제 곳곳에 있다. 서울만 해도 상암동 일대, 여의도 국회 인근, 경복궁 주변, 청계천 등지에서 국제자동차기술자학회(SAE) 기준 ‘레벨 4’ 수준인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이다. 레벨 4는 특정 주행조건(ODD) 안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속도와 방향 등을 통제하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단계다. 다만 국내에서 현재 운행 중인 레벨 4 자율주행차량은 운전개입·안전·안내 등을 위해 안전요원이 운전석에 앉게 돼 있다.
지난 22일 국회 경내와 인근 한강 둔치 주차장 등 3.1㎞ 구간을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로보셔틀’에 탑승해봤다.
현대차가 대형 밴인 쏠라티에 라이다 8대, 카메라 10대, 레이다 5대,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등을 장착해 만든 차량이다. 라이다 등 센서로 차량 전후방, 좌우 최대 200m 범위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신호등 색깔·다음 신호까지 남아 있는 시간 등 실시간 교통신호 정보도 서울시로부터 받는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설치된 3대의 태블릿PC 화면에는 전방 카메라 화면과 교통신호 정보, 내비게이션, 지도 등이 띄워져 있었다. 주변에 차량이나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태블릿PC 화면에서 막대, 화살표, 사각형 등이 수없이 따라 움직였다.
이날 로보셔틀은 국회 경내에서 시속 25㎞ 속도로 다녔다. 과속방지턱 앞에서는 속도를 시속 21~23㎞로 낮춰 덜컹거리지 않도록 했다. 국회 경내와 도로 환경 등이 반영된 고정밀지도(HD MAP)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여의서로로 나가기 위해 국회 입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자 차량이 스스로 핸들을 꺾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안전요원이 “지금 저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다만 하차할 때와 국회 제1·2 어린이집 앞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날 때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하겠습니다”라며 안전요원이 직접 운전했다. 그는 “기술로 보면 이들 지역에서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현재는 수동 운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을지훈련으로 국회 경내 도로 곳곳이 막혔다. 로보셔틀은 정해진 도로를 따라 운행하는 ‘노선형’ 자율주행차량으로 해당 노선 이외의 도로로 주행하는 것이 금지된다. 결국 이날 오후부터 국회 로보셔틀은 안전요원이 직접 운전하는 일반 셔틀버스처럼 운행됐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차는 모두 노선형으로 운행 중이지만 조만간 택시형 자율주행차량도 나온다. 현대차는 서울 강남에서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만든 택시형 자율주행차 ‘로보라이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테헤란로와 강남대로 등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도로를 정해진 노선 없이 자유롭게 경로를 바꾸며 주행한다. 택시 앱을 통해 예약 호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하면 장애인, 노인 등 직접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기사 없는 레벨 4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다. GM의 자율주행 업체 ‘크루즈’가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운행하는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어 구글 자율주행 업체 ‘웨이모’도 뛰어들었다.
지난 10일에는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가 로보택시의 샌프란시스코 지역 24시간 운행을 승인하면서 GM과 구글 간 본격적인 로보택시 경쟁이 시작됐다. 다만 시행 직후 자율주행차가 통신 문제로 도로 위에 멈춰 서면서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승객이 내릴 때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운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주행 데이터가 쌓일수록 자율주행 성능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실제로 GM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가 캘리포니아에서 2016~2022년 진행한 시범 운행 결과를 보면 운행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자율주행 관련 지표가 나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수동 운전으로 전환된 사례가 GM 크루즈의 경우 2017년 181회, 2018년 105회, 2019년 68회, 2020년 27회, 2021년 21회, 2022년 22회로 꾸준히 줄었다. 구글 웨이모는 2019년 110회, 2020년 21회로 줄었다. 2021년 차종과 주행 지역이 바뀌면서 292회로 늘어났지만 2022년에는 170회로 다시 감소했다.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는 등의 조건 없이 어떤 곳이든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 5’는 여전히 먼 미래 일로 여겨진다. 다만 AI가 발전하고 주행 데이터가 쌓이면 자율주행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람이 운전하다가 실수를 하면 그 사람만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실수를 하면 그 데이터를 공유한다. 다른 자율주행차들도 같은 것을 학습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된다.”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 당시 스탠퍼드대학팀을 이끌고 후에는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을 지휘한 서배스천 스런의 말이다. 인간 운전자보다 나은 자율주행차 등장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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