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바친 트로피' 아마 장유빈 우승, '상금 1억→0원'이지만 항저우 AG 기대감 키웠다 [KPGA]

안호근 기자 2023. 8. 2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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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장유빈이 27일 군산CC 오픈에서 정상에 선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
우승 퍼트를 넣고 기뻐하는 장유빈. /사진=KPGA
15차례 도전 만에 드디어 정상에 섰지만 우승 상금 1억 원 중 단 한 푼도 챙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장유빈(21)에겐 무엇보다 값진 성취물이다.

장유빈은 27일 전라북도 군산CC 토너먼트 코스(파72·7441야드)에서 열린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총상금 5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9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엮어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장유빈은 전가람(28)과 연장 1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으나 전가람이 더블보기를 범하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장유빈은 다음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다. 지난해 4월 대한골프협회장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정상에 서며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프로의 꿈을 잠시 접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겨냥한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꾸준히 대회에 나선 그는 좋은 성적을 냈다. 올 시즌엔 6차례 대회에 나서 모두 컷 통과를 해냈고 톱10에도 4차례나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가던 장유빈은 이날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2번 홀(파5)에서 세컨드샷을 패널티 구역에 빠져 한 타를 잃었고 4번째 아이언 샷마저 그린을 벗어났다. 5번째 만에 로브샷으로 1m 거리에 붙였지만 퍼터가 홀을 돌아나오며 한 번에 두 타를 잃었다. 심지어 3번 홀(파4)에서도 2번째 샷을 홀 3m 안 쪽에 붙여놨으나 퍼트를 실수하며 또 한 타를 잃었다.

드라이버 티샷을 하는 장유빈. /사진=KPGA
장유빈이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그는 7번 홀(파4)을 시작으로 12번 홀(파4)까지 6연속 버디 행진을 이어갔다. 14번 홀(파4)에선 티샷 실수로 공이 페널티 구역 깊은 러프에 빠진 뒤 탈출했고 벙커를 넘기려고 한 칩샷이 성공적으로 그린에 안착했으나 퍼트에서 결국 한 타를 또 잃었다.

우승을 목전에 두고 흔들린 장유빈은 15번 홀(파4)에서 한 타를 줄이더니 2타 차로 뒤져 있던 운명의 16번 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282m나 보냈다. 과감한 투 온을 시도했으나 아이언샷의 방향이 어긋나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환상적인 칩인 이글로 단숨에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18번 홀(파4)에서 펼쳐진 연장 승부에서도 극적인 승부가 이어졌다. 장유빈의 세컨드샷이 그린을 벗어났고 결국 보기에 그쳤다. 그러나 전가람이 2m 안 쪽 보기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더블보기를 기록, 결국 승자는 장유빈이 됐다.

군산CC 오픈에서 2013년 이수민(30)에 이어 10년 만에 아마추어 신분 우승자로 등극했다. 더불어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조우영(22)이 지난 4월 우승한 데 올 시즌 2번째로 아마추어 선수 우승을 썼다.

경기 후 장유빈은 "2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고 3번 홀에서 보기를 해 출발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도 "7번 홀이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원 온에 성공하고 버디를 쳤던 것이 기분 전환이 됐고 7번 홀 이후 6연속 버디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16번 홀에서는 2타차가 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버디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58도 웨지로 친 공이 너무 예쁘게 굴러 홀에 들어갔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우승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16번 홀 극적인 칩인 이글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세리머니를 하는 장유빈. /사진=KPGA
장유빈(가운데)이 우승 후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맞고 있다. /사진=KPGA
이어 "아마추어 대회에서 연장 경험은 많지만 프로 대회에서 연장 경험을 처음 해봤기 때문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며 "그래도 후반 홀에서 자신감을 많이 끌어올린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커다란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퍼트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칭찬하고 싶다(웃음)"며 "우승하자마자 가족과 어제부터 응원해 주시던 분들이 먼저 생각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 이 대회 전까지는 (조)우영이 형을 보면서 '형은 우승을 했는데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번 우승을 통해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가짐으로 바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임성재, 김시우, 조우영) 모두 너무 잘 치는 형들"이라며 "국가대표 코치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시는 것처럼 체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지면 실력이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에 체력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뒤 병역 혜택을 누리고 본격적인 프로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장유빈은 "내년엔 KPGA 코리안투어 위주로 많은 대회를 출전하고 또 다승까지도 해보는 것이 목표"라며 "골프 마지막 목표인 PGA투어 입성하기 전까지는 여러 투어에 도전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한편 장유빈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대회에 참여해 우승 상금 1억 원을 수령할 수 없다. 이는 그와 연장 승부를 벌인 전가람에게로 돌아갔다. 지난 4월 장유빈이 우승한 '골프존 오픈 in 제주'에서는 2위 김동민이 우승 상금을 대신 수령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활약하는 장유빈(오른쪽)과 조우영이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KPGA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유빈. /사진=KPGA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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