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 유물 보러… ‘서생포왜성’ 일본인들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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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적군의 수장인 일본 왜장이 쌓아올린 울산의 '왜성'에 최근 일본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인이 자주 찾는 군사시설은 울산 울주군에 소재한 서생포왜성이다.
2일 40인승 관광버스를 타고 15명의 일본인이 서생포왜성을 방문했다.
지난달엔 6명의 일본인이 서생포왜성을 둘러봤고, 일본성곽협회 회원 129명이 한 번에 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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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변형 없고 당시 축성법 담겨
연구단체·대학생들 방문 잇따라
임진왜란 당시 적군의 수장인 일본 왜장이 쌓아올린 울산의 ‘왜성’에 최근 일본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을 알고 보면 한국으로서는 황당하다.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배경엔 울산 왜성을 잘 보존된 일본 선조들의 유물, ‘노보리이시가키’(登り石垣·일본 성벽)라는 설명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침략 도구로 쓰인 적군의 군사시설이 지역의 관광자원, 관광시설로 인기를 끄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공항과 바로 연결되는 교통수단조차 없는 외딴 변두리 서생포왜성을 찾는 이유는 뭘까. 서생포왜성이 16세기 말 일본 축성법의 ‘화석’ 같은 존재여서다.
서생포왜성은 가토 기요마사가 인근에 있던 조선 수군 만호진성 등을 허물고, 그 돌을 가져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1598년 일본으로 물러날 때까지 사용했다. 해발 133m의 산 정상에서 동서를 축으로 한 모양이다. 동서 약 350m, 남북 약 250m 길이다. 성 외곽부 길이는 2.5㎞, 면적은 9만1453㎡ 규모다. 산 꼭대기에 내성을 쌓고, 산의 경사면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오면서 2단·3단으로 성벽을 둘렀다. 국내에 남아있는 왜성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은 “5년만 사용되다 버려져 (서생포왜성은) 건축물에 변형이 없다. 그 시기 축성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보리이시가키는 왜성 중 가장 장대하고, 전체를 잘 살펴볼 수 있게 남아있다.
일본에도 성이 많다. 그러나 에도막부 이후 다이묘(봉건영주)들의 거주시설로 변경됐고,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폐성이 되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파괴·훼손된 성들이 많아졌다. 서생포왜성이 일본에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건축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 문화재가 된 이유다. 서생포왜성을 방문했던 일본 공무원은 “매우 깨끗하게 남아있어서 놀랐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1999년 일본인 연구자 모임인 ‘성곽담화회’는 실측 및 현지조사를 했다. 이들은 이 조사를 토대로 2002년 ‘왜성의 연구 제5호, 특집 가토 기요마사의 서생포왜성’이라는 책을 펴냈다. 한 소장은 “국내에선 왜성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발표된 왜성 관련 보고서 상당수가 일본 연구자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생포왜성은 1963년 사적 제54호로 지정됐다. 정부가 일제지정문화재를 재평가하기로 하면서 1997년 울산시 문화재자료로 격하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아픈 역사로서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존계획을 세우고,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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