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팬덤이 뭉칠수록 민주당은 분열[이재명 취임 1년]
권리당원 다수가 팬덤층
당헌 80조 삭제 요구하고
검찰 출석 땐 ‘장외 지지전’
당심·민심 괴리 지적에도
‘수박 청산’ 등 비명계 압박
일반 유권자 불신은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8월28일 전당대회에서 77.77%의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이 대표의 압도적 승리엔 권리당원들의 지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 권리당원 245만4332명 중 47.2%(115만8423명)는 이 대표가 대선 경선을 치렀던 2021년 이후 입당했다.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 팬덤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취임 전후로 줄곧 팬덤정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8·28 전당대회 당선 직후 취임 일성에서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부 의원들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문제’라고 지적하자 “당심과 여심(여의도 정치인 마음)의 괴리는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반박했다. 당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의도 국회의원을 개혁 대상으로 여긴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이 대표가 스스로 ‘변방의 장수’ ‘비주류’로 규정해온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가 과거 주류였던 친문재인계 정치인들과 자신을 대척점에 놓고 당원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해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의원 욕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의원들의 순위를 매겨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강성 당원이 요구하는 대의원제 축소에도 긍정적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어 과정에서도 팬덤층에 의존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해 당대표 선거 직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삭제를 요구했고, 결국 ‘정치탄압’일 때는 당무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당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정해 두 번이나 기소된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표가 4차례 검찰에 출석할 때마다 지지자들이 함께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날인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검찰 출석 일시와 시간·장소를 구체적으로 올렸다.
총선을 앞두고 팬덤정치를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의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 청산 운동’을 이어가며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소수의 팬덤층에 휘둘리면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보여주는 민주당 내부 조사도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당원의 74.6%는 민주당 당원의 온라인 문화가 ‘바람직하다’(42.2%)거나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22.4%)이라고 인식했다. 반면 무당층에서는 39.8%가 ‘심각한 문제가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27.8%는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봤다. 무당층에서 민주당 당원의 온라인 문화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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