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 독립운동 ‘삭제’ 반공의식 ‘고취’…박근혜 때 교과서 국정화 논리와 닮아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흉상 철거를 추진하며 ‘좌익 독립운동가 지우기’에 나섰다. 반공의 잣대로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움직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리와 닮았다.
2018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발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청와대는 “ ‘일제강점기 민족 운동이 다양하게 전개됐고 여러 주체가 참여해 마지막 순간까지 일제와 싸우면서 광복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강조해 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서술한다’는 기존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은 해방이 독립운동만의 결과라는 오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방은) 2차 세계대전의 결과, 특히 미국과 일본의 전쟁 결과”라는 수정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독립운동의 주체적 성과보다는 일본 패전에 따른 수동적 결과로 광복을 설명하려는 의도다. 청와대는 또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 대결과 경쟁, 그 필연적 귀결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며 반공의식 고취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좌익 독립운동 역사를 삭제하려고 한 정황도 있다. 국정교과서 편찬심의회는 2015년 전문위원의 “계급 해방 운동과 민족 운동의 차이점을 서술하고 계급 해방 운동의 문제점도 서술한다”는 수정 제안을 수용해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의 문제점과 한계에 유의한다”는 수정안을 확정했다. 또한 “1940년대 임시정부의 활동을 설명할 때는 한국독립당과 조선민족혁명당이 힘을 합쳐 광복을 준비했다는 데에 유의한다”는 기존 편찬 기준에서 좌익 계통 독립운동 정당인 조선민족혁명당을 삭제했다.
반병률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27일 “현 정권에서 독립운동을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로 좁게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독립운동사 전체를 지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공 정서를 자극해 독립운동가를 부정하고 친일 행위자를 정당화하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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