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해산물 사재기에 ‘수산물 급식’ 걱정…현실이 된 시민들 불안

이유진·김송이 기자 2023. 8. 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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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먹일 것은 미리 사둬”
“냉동한다며 더 많이 사 가”
방류 뒤 생선가게 매출 뛰어
멸치·미역 등 대량 구매 늘어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이후 대형마트와 시장 등에서 건해산물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가 27일 서울 한 전통시장의 건해산물 판매점에서 진열된 상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기 부천시 중동에 있는 한 마트는 신안 천일염 20㎏짜리 50여포대를 쌓아두고 판매 중이었다. 마트에서 배포한 할인 안내 전단에는 신안 천일염 1포대를 3만9800원에 ‘1인 2포 한정’으로 판매한다고 안내돼있다. 마트 직원 A씨는 “지난 9일부터 하루에 많이 나가면 (소금이) 2, 3포 나가다가 22일 하루에만 8포, 23일에는 7포, 24일에는 10포가 나갔다”며 “소금값 오른다고 할 때 많이 나갔는데 한동안 또 안 팔리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뿌리고 나서 다시 늘었다”고 말했다.

소금을 사려고 마트를 찾았다는 허모씨(75)는 “방송이나 교수들 말을 들어보면 일단 방류하면 해수, 물고기도 다 오염된다고 해서 소금을 미리 사두려 한다”며 “손주도 있어서 (소금을) 비축해뒀다가 아들 둘, 딸 둘 4남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김치도 못 사 먹을 것 같다. 젓갈류도 미리 아는 곳에 주문해뒀다”면서 “우리 세대는 괜찮지만 애들이 걱정이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다는데 우리도 좀 막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자 일부 시민들은 불안감에 소금과 해산물을 ‘사재기’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전 나온 물건을 최대한 쌓아두려는 것이다. 4세·6세 남매를 키우는 오모씨(33)는 최근 유통기한이 긴 건어물과 미역 등 해조류를 대량 구매했다. 냉동실은 생선, 오징어 등 미리 사둔 수산물로 채웠다. 오씨는 “안전하다고는 하는데 앞으로는 선뜻 손이 안 갈 것 같아서 애들 먹일 것은 미리 많이 사뒀다”고 했다.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부천 상동시장에서 2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57)는 “오염수 방류 이후로 냉동고에 넣어두겠다면서 생선을 더 많이 사 간다”며 “일본산이면 안 사고 다 국산만 사 간다. 추석 대비한다고 참조기, 굴비같이 제사상에 올릴 생선을 많이 사 매출이 20~30% 뛰었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한숨도 늘었다. 교육부는 학교 급식에 일본산 수산물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부·여당이 오는 30일 단체급식 업체들을 불러 수산물 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커졌다. 자녀가 기숙형 고등학교 다니는 김모씨(44)는 “웬만하면 (수산물을) 안 먹이고 싶은데 지방 기숙사에 있어서 도시락을 싸줄 수도 없고 걱정된다”고 했다. 온라인 카페 등에는 “아이에게 급식에 수산물 나오면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식단표를 살펴서 수산물이 나오는 날은 도시락을 싸주려 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이유진·김송이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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