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그 소년 아니야? 츠마부키 사토시, 슬픔 머금은 '한 남자'로 돌아오다 [TEN피플]

이하늘 2023. 8. 27. 20: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소년미
'한 남자'의 새로운 얼굴
'조제'의 바로 그 소년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



삐죽거리며 위로 솟은 머리카락과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사랑에 빠진 앳된 소년의 얼굴을 지닌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감독 이누도 잇신)을 통해 수상한 유모차 속 소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의 만남에서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한국 관객들의 눈도장도 콕 찍었다.

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순진했던 소년 츠마부키 사토시가 오는 30일 '한 남자'의 변호사 '키도'로 돌아온다. 영화 '한 남자'는 죽은 남편의 이름, 과거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정체가 묘연해진 한 남자 ‘X’의 거짓된 인생을 따라가는 추적 미스터리다. '키도'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재일교포 3세로 사라진 한 남자 '다이스케'(쿠보타 마사타카)를 좇으면서 자기 삶을 겹쳐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 '한 남자' 스틸컷. /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히라노 게치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 남자'는 이름이란 외피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얼굴을 쓸 수밖에 없는 비슷한 듯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세대의 지워지지 않은 죄와 테두리 안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 '어느 가족'(2018/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과 '괴물'(2023/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배우 안도 사쿠라와 드라마 '데스노트'(2015)와 '언내추럴'(2018)의 배우 쿠보타 마사타카가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이 작품은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 포함 8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렇다면, 츠마부키 사토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의 순수한 소년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을 지닌 남자로 변하기까지 어떤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을 보였을까.

■ 영화 '워터 보이즈'(2001) 감독 야구치 시노부 / 스즈키 역

영화 '워터 보이즈' 스틸컷. /사진제공=A-Line



'워터 보이즈'(2001)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아티스틱 스위밍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청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스윙걸즈'(2004), '해피 플라이트'(2008), '우드잡'(2014), '댄스 위드 미'(2019)를 연출한 야구치 시노부의 작품이기도 하다. 해체 위기에 놓인 유이고 남고 수영부는 어느 날 미모의 여교사 사쿠마(마나베 카오리)가 수영부를 맡게 되면서 지원자가 몰리게 된다. 유일한 수영부원이었던 3학년 스즈키(츠마부키 사토시)는 사쿠마 선생의 전공이었던 '수중 발레'를 배우게 되면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총 다섯 명이 모인 수중발레 팀 '워터보이즈'는 학교 축제에서 쇼를 선보인다는 목표를 잡는다.

스즈키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의욕만 넘치는 부원으로 코미디를 더한다.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1992/감독 스오 마사유키)를 떠올리게 하는 '워터 보이즈'. 이 작품은 수중발레에 대해 무지하지만 세워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동작을 하나씩 성공시키면서 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그들의 유쾌한 도전을 응원하게 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당시 신인이던 츠마부키 사토시 특유의 통통 튀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 감독 이누도 잇신 / 츠네오 역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은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의 단편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들 원작으로 한 영화다.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손님들로부터 수상한 유모차의 존재를 듣게 된다. 유모차 속 소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첫 만남 이후 순수한 마음에 끌리는 츠네오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고 싶었다"는 호랑이, 물고기, 바다를 함께 보러 간다. 장애를 가진 조제는 자신을 좋아하는 츠네오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균열이 조금씩 생기게 된다.

츠네오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티 없이 맑은 미소로 조제의 삶에 천천히 스며든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방문했던 조제의 집에서 구김 없이 놀면서 매력에 끌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함께 건드리면 깨질 듯 불안정한 조제의 마음은 츠네오를 더욱 애타게 만든다. 변덕스러운 조제의 반응에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초조하지만 동시에 조제가 보고자 했던 것들을 함께 보면서 하나씩 추억을 쌓는다. 두 사람의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은 느리지만 가슴 속에 깊은 곳에 새겨져 잊히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츠네오가 조제를 등 뒤에 업고 바다를 보러 간 장면은 단연 명장면이다.

■ 영화 '69 식스티 나인'(2005) 감독 이상일 / 야자키 켄이치 역

영화 '69 식스티 나인' 스틸컷. /사진제공=스폰지



이상일 감독의 영화 '69 식스티 나인'(2005)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제도권 아래에서 순응하지 않고 반항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를 각색한 '69 식스티 나인'은 1969년 큐슈의 서쪽 끝에 위치한 나가사키의 사세보북고의 고등학생들이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내용을 담았다. 야자키 켄이치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재미를 좇는 남학생. 평소처럼 친구들과 함께 땡땡이를 치다가 옥상에서 여학생들을 보고는 "17세 소녀들의 몸에 우중충한 체육복은 안 어울려. 좋아, 그녀들을 해방시키자!"라며 페스티벌을 개최하고자 한다. 불순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부풀어 오른 켄의 계획에 충동적으로 학교의 종업식날 바리케이드를 봉쇄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69 식스티 나인'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앞뒤 생각하지 않는 무모함으로 일종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작전이지만, 제도권에 반항하며 몸소 행동하는 이들. 학교 전체를 붉은색의 페인트로 칠하며 적은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이라고 적은 글귀는 반항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한다. 길들지 않은 야생마처럼 활보하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상기된 얼굴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 영화 '동경가족'(2014) 감독 야마다 요지 / 히라야마 쇼지 역

영화 '동경가족' 스틸컷. /사진제공=오드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가족'(1953)을 리메이크한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동경가족'. 야마다 요지는 자신의 영화 인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존경하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가족'을 재해석해 만든 작품이라고 전한 바있다. 리메이크된 '동경가족'은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후 피폐화된 일본 사회를 핵가족 되어 분리된 현대사회를 중심으로 조명하고 있다.

리메이크된 '동경가족'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히라야마 슈키치(하시즈메 이사오)의 차남 히라야마 쇼지 역을 맡았다. 삐그덕거리는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서 늘 아버지와 함께 있는 상황이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 진솔하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늘 한 켠 뒤에 마음을 숨긴 채, 회피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원작에선 전쟁 중 행방불명되었다는 설정이었지만, 리메이크 과정에서 재탄생한 오리지널 캐릭터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한 마음과 여자친구 노리코(아오이 우유)와의 결혼을 앞두고 갈등 상황이 불거지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원작에서 지닌 서글픈 가족의 모습보다는 합일되지 않는 생각 탓에 분해되는 현대의 가족이 더욱 조명되는 영화다.

■ 영화 '분노'(2017) 감독 이상일 / 후지타 유우마 역

영화 '분노'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분노'(2017)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되묻고 견고했던 믿음이 산산이 조각나면서 의심이라는 작은 불씨로 피어오른 분노를 조명한다. 무더운 여름의 도쿄를 배경으로 평범한 부부가 살해되고, 현장에서 범인이 도망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집 안에는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만이 유일한 단서가 되어 남아있다. 1년 후, 범인으로 의심되는 베일에 둘러싸인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치바의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 신주쿠의 나오토(아야노 고), 오키나와의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사건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도쿄 살인의 중심으로 이어진 세 개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보도된 이야기를 보면서 가까운 사람이었던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를 의심하면서 추리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범인으로 의심되는 나오토를 만난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나오토를 믿지 못하며 상처받는다. 연인 사이로 발전한 나오토의 다정함에 따스함을 느끼면서도 도통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를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연인 사이임에도 심리적 거리를 지닌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같은 집에서 동거하지만, 미스터리한 연인 나오토를 향한 치기 어린 마음과 불안한 심리는 '분노'의 균형감을 더욱 잡아준다. 이외에도 타시로와 연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의 이야기와 타나카의 새로운 친구가 된 이즈미(히로세 스즈)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레이어를 쌓으며 분노의 중심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가도록 한다.

영화 '한 남자' 스틸컷. /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앳된 그 소년, 츠마부키 사토시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사랑 앞에서 순수한 소년부터 반항아적인 고등학생과 목표 앞에서 어떻게든 이루려는 집념을 보인 청춘과 연인의 사랑을 의심하는 불안정한 어른까지.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지난 25일 '한 남자' 홍보차 한국에 내한하며 한국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리남'을 보고 황정민 배우에게 반했다.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43살이 된 츠마부키 사토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는 다른 중후한 얼굴로 스크린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조제'의 그 소년으로 츠마부키 사토시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한 남자'는 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