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서 흉기 들고 ‘자해 소동’…영장 신청
“치킨·소주 사달라” 요구도
가족과 금전 갈등이 원인
경찰이 지난 주말 저녁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소란을 벌이다 체포된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남성이 갖고 있던 칼 등 흉기 8개는 모두 과거 요리사로 일할 때 쓰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한 30대 후반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7시30분쯤부터 은평구 갈현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벽을 등진 채 흉기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10시5분쯤 체포됐다.
A씨는 대치 당시 경찰관에게 흉기를 겨누거나 자신의 가슴에 흉기를 대고 자해하겠다며 “엄마와 외삼촌을 불러달라” “치킨과 소주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난동을 부리기 전 범행 장소 인근에서 술을 마셨으며, 인질을 붙잡거나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경찰은 A씨 요구대로 치킨과 소주를 사다주며 흉기를 내려놓도록 설득한 뒤 특공대를 투입해 제압했다. 경찰은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 8명, 지역경찰 18명 등을 현장에 투입했다.
경찰은 체포 현장에서 2개, 현장 주변 가방에서 6개 등 총 8개의 흉기를 압수했다. 흉기들은 모두 주방에서 사용하는 칼로 총포·도검 등록 대상은 아니다.
A씨는 경찰에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며 “10년 전 요리사로 일해 칼이 여러 개 있다. 낚시에 쓰려고 차량에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에게서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A씨는 4년 전 조울증을 진단받았으나 현재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금전 문제로 인한 가족 간 다툼을 범행 동기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A씨의 범행과 살인예고 글의 연관성은 없다”며 “휴대폰 포렌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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