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이나 팔린 ‘이 상품’...금융당국 긴급 경고 나선 까닭은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8. 2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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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에서 이달에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만기 상품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 당국은 최근 이들 은행들을 상대로 가계대출 현황 점검에 착수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4일 기준 2조8867억원으로 7월 말(8657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2조210억원이나 늘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나이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13일 이후에만 1조1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석 달 만에 내린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5대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잇달아 선보였다. 통상 시중은행 주담대 대출자는 7~8년이면 전액 상환한다. 이에 50년 만기 주담대는 월 상환액은 줄고 대출 한도가 커지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수단으로 악용돼 가계부채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50년 만기 주담대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말(512조8875억원) 대비 이달 들어 4840억원 불어났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4월 이후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자 금융 당국은 지난 24일부터 5대 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말까지 각 은행에 감사인원을 파견해 대출 규제 준수 여부나 여신 심사의 적정성, 가계 대출 영업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올들어 주담대를 크게 늘린 인터넷은행도 점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대출자에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주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5일부터 만 34세 이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달 31일까지만 50년 만기 상품을 팔기로 결정했다. 경남은행도 28일부터 같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당국이 개선책으로 50년 약정 만기는 유지하되 DSR 산출 만기를 30년이나 40년으로 축소해 대출 한도를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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