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군 뿌리 부정하나···독립영웅 흉상 철거 깊은 우려”
“대한독립군·광복군 부정하는 것인가”
윤 정부에 여론 듣고 숙고해달라 요청
문재인 전 대통령이 27일 “육사(육군사관학교) 교정 항일 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 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나”라며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인가”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윤석열 정부에 요청했다.
국방부가 육사 교내에 설치된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돼 사망한 홍범도 장군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으로 깎아내린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발언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21년 홍 장군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추념사에서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 속에는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역경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날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흉상 이전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방부는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홍 장군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야당이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등 국방부의 흉상 철거 추진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우는 것은 철 지난 색깔론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 총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윤석열 정부의 천박한 정치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등 최근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준비 부족 논란을 거론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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