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자 검사’ 프리고진 사망 공식 확인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옛 바그너 그룹 센터 앞에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과 꽃이 놓여 있는 임시 추모 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AP 연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이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27일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텔레그램을 통해 “트베리 지역의 비행기 추락 사고 조사의 일환으로 한 유전자 검사가 완료되었다”며 사망자 1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방수사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을 초기부터 이끈 것으로 알려진 특수전부대(스페츠나츠) 장교 출신 드미트리 우트킨 등의 이름이 명시됐다.

앞서 지난 2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프리고진의 전용기 엠브라에르 레가시가 모스크바 북서쪽으로 170㎞가량 떨어진 트베리 지역에 추락했다. 탑승객 10명 명단에 프리고진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들의 주검도 수습됐다. 다만, 주검의 훼손이 심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망자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연방수사위는 여객기 항공 운전 규정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 사망 사고 진상을 밝힐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 군 지도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반란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며 하루 만에 끝났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미국 군·정보 당국은 프리고진 등을 태우고 가다 추락한 비행기의 사고 원인을 ‘기내 폭발’로 추정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24일 보도한 바 있다. 프리고진 사망 사고의 진상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