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인가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교육이 바뀌어야 미래가 바뀐다는 뻔한 주장을 내세우며 개혁의 칼날을 휘둘렀다. 하지만 정작 바뀐 건 대학에 진학하는 ‘길’뿐이었다. 그 길은 다채롭게 변화했다. 학력고사를 없애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도입했고, 수시 비율을 늘렸다가 정시 비율을 늘렸다. EBS 교재 연계 출제 비율을 높이고,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자사고를 폐지하기로 했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를 취소했다. 공정한 대학 입시·사교육 철폐라는 이름 아래 교육개혁의 동력을 입시개혁에 ‘올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는 변하지 않았다. 수시는 여전히 불투명해 부모 찬스가 스며들 틈이 넓고, 정시는 부유층 자녀에게 유리하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사교육은 건재하다. ‘불사조’처럼 되살아나는 사교육을 보건대 ‘교육 카르텔’인 킬러문항을 폐지해도 사교육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교육개혁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입제도는 공정해야 하며 사교육은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도덕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교육개혁의 범위는 넓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개혁은 입시에만 머물러 있다. 입시개혁에 몰두하느라 교육 현장의 ‘적폐’는 싹트고, 뿌리내렸으며, 마침내 학교를 잠식했다.
그런 상황에서 새내기 교사의 생명도 꺼졌다. 교육당국과 사회의 외면으로 교사는 학부모의 ‘욕받이’가 됐다. 학생을 상대로 하는 지식노동이 아니라, 부모를 상대로 하는 정신노동으로 변질됐다. 폭주하는 민원 속에 교사를 보호하는 수단은 없었다. 교사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했고, 비극적 결말을 맞아야 했다. 그래서 전국의 교사가 거리로 나섰다. “교사의 인권을 보장해 달라”고 외쳤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 인권 강화로 교사의 권한이 약화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카르텔’로 지목했다. 교육개혁을 입시개혁으로 국한해 이들의 목소리에 무관심했던 무책임과 무능을 감추고자 하는 처사로 보일 뿐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권리’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집회에서 나온 “교사에게 권위가 아닌 존중을, 교사에게 권력이 아닌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발언을 되새겨야 한다. 교사들이 원하는 건 학부모의 갑질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학생 인권 축소, 교권 강화’로 곡해하고 있다.
교육개혁이란 미명 아래 교사의 호소에 무관심했던 교육당국에 책임이 있다. ‘교육’을 학벌 취득을 위한 도구로만 여기게끔 한 한국 사회도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이제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교육은 가르치는 과정이자, 배우는 과정이다.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이 양대 축인 것이다. 과거에는 학생 인권이 침해당했다면, 오늘날에는 교사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정부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면서 교사의 인권도 담보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 교육개혁을 입시개혁에 국한하지 말고 ‘진정한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
최다함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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