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 “홍범도 등 흉상 철거는 반역사적···이종섭 국방장관 퇴진하라”

박광연 기자 2023. 8.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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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종찬 광복회장(87)이 27일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독립군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이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흉상으로 모신 다섯 분은 우리 독립전쟁의 영웅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 회장은 흉상 철거 대상에 오른 독립 영웅들 공적을 일일이 설명했다. 그는 지청천 장군에 대해 “1940년도 광복군을 편성할 때 최고사령관으로 역임하신 독립 영웅”, 김좌진 장군에 대해 “내가 소개할 필요도 없이 우리 역사상 일본 정규군과 전투를 벌인 청산리 대첩의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범도 장군을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이라며 평가절하한 데 대해 이 회장은 “귀하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겠다”며 구체적인 공적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홍 장군은) 왜군과 37회나 전투를 벌이면서 공적을 세웠고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서의 무장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편의상 소련 공산당에 가담했다”며 “그 후에도 봉오동, 청산리 대첩에 무훈을 세웠고 자유시 참변도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2년 10월 정부에서 건국훈장 2등급(대통령장)을 수여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범석 장군에 대해 “1940년대에는 미군 OSS(전략사무국)와 합동작전으로 국내 진공작전을 세우고 훈련을 시키다가 해방이 너무 일찍 찾아와 뜻을 이루지 못한 광복군 참모장이며 2지대장이셨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초대 국무총리요, 국방부장관을 역임하면서 국군을 창설하는데 큰 공적을 세운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영 선생에 대해선 “이 선생의 신흥무관학교의 전통을 육군사관학교 전통으로 잇는 작업에 대해 설명을 생략하겠다”며 “나 개인의 사정을 귀하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은 육사 내 독립 영웅 다섯 명의 흉상을 철거하고 백선엽 장군 흉상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백 장군에 대해 “한국전쟁에서 쌓은 공훈은 평가절하하지 않고 높이 평가한다”며 “그분은 당초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애국적인 차원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섯 영웅과) 급수 자체가 다르다.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런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임을 충고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철거된 흉상들을 독립기념관 수장고 등으로 이전해 보관을 추진한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한 귀퉁이에 넣게 된다면 차라리 파손해 흔적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며 “왜 위인들의 흉상이 당신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남아서 부담을 주어야만 하나”라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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