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홍범도 흉상 이전, 국방부·육사가 검토해 판단"(종합)

최동현 기자 허고운 기자 전민 기자 신윤하 기자 2023. 8. 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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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뜻으로 시작된 사안 아냐"…독립운동 폄훼 논란엔 '선 긋기'
문재인 "국군 뿌리 부정하나"…여권·광복회도 "오버해도 너무 오버"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허고운 전민 신윤하 기자 = 대통령실은 27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및 이회영 선생 흉상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검토해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흉상 이전은) 대통령실이 리드(주도)하거나 대통령이 부처에 의견을 전달해서 시작하거나 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5인의 흉상을 충남 아산 독립기념관 등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국방부는 전날(26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육사 내 기념물 재정비의 일환으로 흉상 이전을 검토 중이며,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과 광복군 흉상만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것에 대한 적절성과 역사교육의 균형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 고려 시,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소련공산당 가입·활동 이력이 있는 분"이란 봉오동 전투의 주역 여천 홍범도 장군을 뜻하는 것이다. 홍 장군은 1927년 당시 소련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을 언급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선 홍범도 장군 등 흉상을 이전하고 '한국전쟁(6·25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과 6·25전쟁 시기 미 육군 제8군 사령관으로서 참전했던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 등의 흉상이 육사 내에 새로 설치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들 5인의 흉상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설치됐다.

문 전 대통령은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느냐"면서 흉상 이전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홍범도 장군과 관련해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 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 한다.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그렇게(흉상 철거)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이 장관)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퇴진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며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흉상 이전은 국방부와 육사의 몫으로 넘겼지만, 일각의 '독립운동 폄훼' 논란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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