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가르치기 두렵다” 美서도 폭행당한 스승들 ‘교권 침해’ 호소

문지연 기자 2023. 8.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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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인 가운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신턴포스트(WP)는 미국 교사들이 학생의 폭력과 학부모의 압박 그리고 정치적인 공격 등으로 고통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어 실제로 관련 피해로 학교를 옮겨야 했거나 교육 현장을 떠나게 된 일부 교사들의 사연을 전했다.

그중 한 명인 타일러 존슨은 메릴랜드주(州)의 한 학교에서 특수교육 사회과목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얼마 전 빈번해진 학생들의 몸싸움을 말리다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당하는 일을 겪었다. 또 그는 전부터 여러 차례 동성애 혐오와 인종 차별적 비하 발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존슨은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지 못했고 인정받는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계속되는 갈등을 견디지 못한 존슨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나은 다른 학교로 소속을 옮겨야 했다.

워싱턴DC의 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24년 차 베테랑 교사 A씨는 어린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한 학생의 숙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지난 학년도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이 표적이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르치는 것이 두렵다. 일하기가 두렵다”며 “학부모들이 점점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 또 다른 교사 B씨 역시 한 학생이 가져온 날카로운 흉기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수업 중 “너희들은 각자의 일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충고를 한 뒤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나는 인기 있는 교사 중 한 명이었고 학생들과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 측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 처리를 요청했다.

워싱턴DC 교육 당국에 따르면 교사를 향한 괴롭힘과 위협 등 교권 침해 사례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의 26%가 학생들의 언어적·신체적 폭력과 교내 총격 등 요인으로 인해 신변의 안전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한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꼽히고 있다. 실제 코로나 사태 이후 공립학교 80% 이상에서 학생들의 행동 및 사회·정서적 측면의 발달 저해가 발견됐다. 버팔로대 학교심리학 어맨다 니커슨 교수는 “지난 10~15년간 정신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있고 자살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는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했다.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이 숨진 일명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고조된 인종 문제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는 어린 나이에 인종차별과 스트레스 등 역경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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