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가 사무실··· 해외 바이어 "상담은 어디서···"
올 수출 5조 이상 '효자役' 불구
3만여대 빼곡히 늘어선 공터엔
식당·휴게소 등 편의시설 전무
수출업자 대부분 1인 사업자들
재고금융 이용 등 지원 있어야
“중고차는 인천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임에도 서자 취급을 받고 있어요. 수출을 기다리는 중고차가 이렇게 많은데 편의시설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없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난 27일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504-7번지 일대 인천항 중고차수출단지. 단지 입구에 들어가자 폐차된 버스가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고 식당은커녕 별다른 편의시설조차 없었다. 비포장 대지 25만 9356㎡(약 7만8500평)에는 수출을 기다리는 중고차 3만여대가 빼곡히 주차돼있었다.
이날 전 세계에서 인천항 중고차수출단지를 찾은 바이어들은 30도에 육박하는 푹푹 찌는 더위도 잊은 채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차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고차를 고르는 바이어들은 쉴 새 없이 발길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편의시설이나 휴게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30년된 재래식 화장실을 찾은 한 바이어는 화들짝 놀란 채 뒷걸음을 치기도 했다.
외국 딜러뿐 아니라 국내 딜러들도 인천항 중고차수출단지에서는 바이어들과 편하게 대화나 상담을 나눌 편의시설은 물론 음식점도 전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매집한 수출용 중고차들이 바이어들에게 바싸게 팔리기를 원하지만 먼지를 뒤집어 쓴 차들을 본 바이어들은 제값을 주고 차를 매입하려 들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중고차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옛 송도유원지 인천항 중고자동차 수출단지의 현주소다.
올 상반기 인천항에서 리비아 등 세계 수십여개 나라로 수출된 중고차는 총 23만 4000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8% 늘어난 수치다. 업계는 이같은 수출 실적이라라면 올해 50만대를 수출해 금액으로 5조 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항 중고차수출단지가 위치한 옛 송도유원지는1960년대에 개장해 2011년 9월 폐장될 때까지 수도권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혔다. 그러나 유원지 앞에 인천 앞바다를 메워 만든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다 현재 12년째 중고차수출단지로 명맥을 이어오고있다.
이곳에서는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약 1000여개의 중고차 딜러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은 대부분 1인 사업자인 소상공인들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수출지원금이나 각종 금융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저평가된 가격에 차를 팔고 있다. 인천항 입장에서 중고차는 ‘효자 품목’이지만 인천시와 산하 지자체는 ‘애물단지’로 취급하고 있다.
원래 인천항 중고차수출단지는 도시계획 용도지역이 유원지 지구로 지정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여 있다. 올해도 6월까지 중고차수출단지를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인천시와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청이 대안 없는 폐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중고차 업계의 여론을 반영해 2025년 6월로 2년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고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재고금융을 이용할 수 있어 자금이 넉넉하다면 제값을 받을 때까지 바이어들과 줄다리기를 할 텐데 그럴 여력이 없다”며 “인천항 중고차수출단지가 존재하는 한 바이어들과 상담할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항만공사는 중구 항동 7가 82-1번지 일대 남항 역무선 배후단지 39만 6175㎡에 중고차수출단지인 스마트오토밸리를 조성하기로하고 지난 5월 카마존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총 사업비 4370억 원을 투입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 주체가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영 인천항만공사 물류전략처장은 “스마트오토밸리는 올해 안으로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인·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착공 시점이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장현일 기자 hich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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