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에겐 산 경험이 가장 큰 도움"…캐나다 이민 1세대의 '재능나눔'
집 한편에 매트를 펴고 요가 동작과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조율리 씨 혼자만의 공간처럼 보이지만, 참가자 30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계 요가의 날'을 맞아 온라인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요가는 율리 씨가 앨버타 대학에서 근무하던 시절 건강 관리를 위해 시작한 취미 활동인데요.
경력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수련하면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곽경희 / 요가 수업 참가자 : 제가 처음에 이민 왔을 때 20년 전에 이렇게 생활이 되게 부대끼고 이러니까 (요가를 하면) 어려운 동작을 하지 않아도 정말로 이게 정신과 몸이 같이 된다는 균형이, 딱 수업 끝나고 나면 그걸 느끼게 되거든요. 그게 선생님께 (배우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올해로 82세를 맞은 조율리 씨는 1967년 남편과 함께 캐나다에 왔습니다.
캐나다 생활만 56년이 된 한인 이민 1세대죠.
[조율리 / 캐나다 에드먼턴 : 우리 이민 번호가 굉장히 이백몇 번이에요. 굉장히 빨라요. 신문 보고, 여기 신문 에드먼턴 저널 보고 그거 보고 직장 찾아다녔어요.]
이처럼 현지 동포 사회 초석을 다진 1세대로서 한인을 위한 활동에도 늘 앞장서왔습니다.
영어를 전공한 덕분에, 이민 초기인 1970년대부터 법원에서 한인들을 위한 통역 업무를 도맡기도 했죠.
[조율리 / 캐나다 에드먼턴 : 한인회에서 얘기했는지 어쨌는지 그때 영어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법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직접. 그래서 이제 가서 통역하기 시작해서 한 10년 했어요.]
한인 사회에선 지금도 여전히 열정 넘치는 이웃으로 통합니다.
요즘은 한인회관 부속 도서관장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출근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원서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민 정착 초기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언어 문제 해소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게 벌써 9년째입니다.
[조율리 / 캐나다 에드먼턴 : '나 기초는 못 가르쳐. 싫어.' 그러니까는 그럼 책을 하나 해서 책도 읽을 겸 원서를 읽으면서 그거 하면서 작문지 주면서 그런 거를 내가 많이 소개해 줄게 (했죠).]
열 명 정도가 함께 동화책부터 자서전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모임입니다.
참가자들은 이 모임을 통해 영어 실력을 쌓으면서, 이민 1세대인 율리 씨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어 갑니다.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이민 생활에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이 돼주는 거죠.
[김이내 / 원서 읽기 모임 참가자 : 굉장히 아는 것도 많으시고 이렇게 오랫동안 여기 캐나다에 사셨잖아요. 그 옛날 여기 처음에 초기 정착하셨던 그런 이민 생활에 대해서 듣는 것도 너무 흥미로웠고 여기서 사시면서 이렇게 체득하신 어떤 지혜 같은 것도 나눠주시고.]
[양혜정 / 원서 읽기 모임 참가자 : 선생님은 선배 이민자로서 제가 조언도 많이 듣고 또 도움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기 친정 같아서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과의 만남이 제 휴식처? 안식처 그렇게 됐습니다.]
여든을 넘긴 고령에도 식지 않는 열정과 관심으로 동포들을 챙기는 조율리 씨.
앞으로도 자신의 산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며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살아가리라 거듭 다짐해 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