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매직'과 함께 돌아온 김수지 "가을은 내 계절" 통산 5승-시즌 첫 승 달성 [KLPGA]

안호근 기자 2023. 8. 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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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김수지가 27일 KLPGA 한화클래식 우승 후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LPGT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김수지. /사진=KLPGT
더위가 물러난다는 절기 처서가 지나자 한결 날씨가 선선해졌다. '처서 매직'이 누구보다 반가운 이가 있다. '가을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수지(27·동부건설)다. 김수지는 메이저 정상에 오르며 다시 한 번 골프계에 가을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김수지는 27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7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하나를 엮어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상 주인공 아타야 티티꾼(태국)과 이예원(20·KB금융그룹)의 2위 그룹을 3타차로 따돌리며 지난해 10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다.

전예성(22·안강건설)과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수지는 4번 홀(파5)에서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길게 남겨 2퍼트를 하며 보기를 범했다.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이후 김수지는 빠르게 기세를 끌어올렸다.

5번 홀(파3)에서 6m 가량 퍼트를 성공시키며 바운스백한 김수지는 7번 홀(파3)에선 196.6야드 티샷을 홀 코앞에 붙이며 한 타를 더 줄였다.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는 김수지. /사진=KLPGT
김수지가 우승 퍼트를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LPGT
10번 홀(파4)에서 승부수를 뒀다. 드라이버 티샷으로 원온을 노려볼 수 있는 홀. 김수지는 안전하게만 플레이했던 앞선 라운드와 달리 고민 끝에 드라이버를 잡았고 티샷을 298.6야드 날리며 온 그린에 성공한 뒤 16야드 퍼트를 홀에 가까이 붙인 뒤 손쉽게 버디를 낚았다.

이후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탔다. 13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낚았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2번 홀(파5)에선 2번째 샷이 예상보다 짧았고 3번째 샷도 홀을 훌쩍 넘었지만 약 7m 퍼트를 한 번에 성공시켰고 주먹을 쥐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7번 홀(파4)에선 퍼트 실수가 있었지만 파로 막으며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후 김수지는 "17번 홀 티샷을 친 뒤 2위와 타수 차이(2타)를 확인했기에 18번 홀은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8번 홀(파5)에서도 6m 퍼트를 떨어뜨리며 우승의 기쁨을 더 배가시켰다.

과연 가을의 여왕답다. 2021년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선 그는 이후 4승을 챙겼는데 모두 9월과 10월에 열린 대회였다.

지난해 2승을 거두고 KLPGA 대상을 거머쥐었으나 올 시즌엔 아직까지 우승이 없었다. 이 대회 전까지 15개 대회에서 톱10에 5차례 진입했고 평균타수가 4위에 달했으나 우승이 없어 상금랭킹은 27위로 밀려 있었다.

우승 퍼트 후 미소짓는 김수지. /사진=KLPGT
동료들에게 꽃가루 세례를 받는 김수지(가운데). /사진=KLPGT
김수지는 "다시 우승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상반기에 제가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해서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신 만큼 저도 기대했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조급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대상의 주인공의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도 처서와 함께 물러났다. 김수지는 "처서가 지난 건 얼마 전에 알았다. 주변에서 가을이 시작됐다는 말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다"면서 "이번 경기 땐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거기에 힘을 얻었다. 제가 가을에 잘 치는 건 맞는 것 같다. 가을이 오면 기대를 조금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무더위는 모두에게 힘든 환경이지만 김수지는 유독 어려움을 겪는다. 스스로도 "아무래도 처서가 지나야 힘을 받는 것 같다"며 "'가을이 내 계절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가을에 힘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수지는 "사실 그런 타이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조금 노리면서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 대해 "써닝포인트CC에서 연습 경기도 많이 했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제 스폰서 대회(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등 앞으로 많은 대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부 다 욕심난다"고 밝혔다.

트로피에 입맞추는 김수지. /사진=KLPGT
김수지가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KLPGT
더 큰 목표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있다. LPGA 에비앙 챔피언십에 참가해 톱10(공동 9위)에 진입했던 김수지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또 많이 배웠다. 새로운 잔디에서 새롭게 적응하려고 하니까 공부가 많이 됐다"며 "대회 중에는 경기에 집중을 하느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과를 통해서 많은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다. 자신감도 얻었지만 LPGA에 워낙 훌륭한 선수들, 드라이버 비거리도 많이 나오고 숏 게임도 저보다 훨씬 잘하고 퍼팅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벽도 느끼고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수지는 "기회가 되면 (LPGA에) 꼭 가고 싶다"며 "여건이 어떨지 잘 몰라서 조금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티티꾼은 이날 코스레코드인 8언더파 64타를 때려내며 기세를 높였다. 2017년 제시카 코다(미국)와 오지현이 나란히 세웠던 기록(7언더파)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달아나는 김수지를 잡지 못하고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수지는 이날 우승 상금 3억 600만 원을 챙기며 올해 누적 상금 5억 5486만 2538원으로 순위를 23위에서 17계단 점프한 6위로 대상포인트 70점을 보태며 281로 12위에서 11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5언더파 67타를 친 이예원은 상금랭킹 1위(8억 9338만 원)를 지켰고 대상 포인트(396)에서도 박민지(NH투자증권·378)를 제치고 1위로 도약했다. 박민지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8위, 전예성은 9언더파 279타,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퍼트 성공 후 미소짓는 티티꾼. /사진=KLPGT
아이언샷을 날리는 티티꾼. /사진=KLPGT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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