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홀서 띄운 승부수 적중···'가을 여왕'이 돌아왔다

서재원 기자 2023. 8. 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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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KLPGA 한화클래식 우승···생애 두번째 '메이저 퀸'
과감한 드라이버샷으로 1온 성공
13번홀까지 4연속 버디행진 '물꼬'
13언더, 티띠꾼·이예원과 3타차
3억600만원 받아 상금랭킹 6위로
'전날 선두' 전예성 4위·박민지 8위
김수지가 27일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갤러리를 향해 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김수지가 27일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김수지가 27일 한화 클래식 우승 트로피와 함께 통산 5회 우승을 의미하는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서울경제]

302m 거리의 내리막 파4인 10번 홀에서 김수지(27)는 드라이버를 잡았다. 대부분 선수들이 3번 우드로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공략하는 곳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수지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그의 티샷은 정확히 그린 위로 떨어졌고, 약 15m 거리의 이글 퍼트는 놓쳤지만 1m 안쪽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가을 여왕’이 돌아왔음을 알린 장면이었다.

김수지는 27일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한화 클래식(총상금 17억 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김수지는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김수지는 앞서 차지한 네 차례 우승을 모두 가을에 수확해 ‘가을 여왕’으로 불렸다. 2017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그는 2021년 9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했고, 그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면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9월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과 10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연달아 우승한 뒤 대상(MVP)까지 수상하며 투어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김수지는 올 시즌에도 이 대회 전까지 15개 대회에서 톱 10에 5차례 진입하는 등 기대만큼의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가 지나자 김수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힘을 냈다.

전예성과 함께 2타 차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수지는 4번 홀(파5)에서 약 2m 파 퍼트를 놓쳐 한때 이예원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5번 홀(파3)에서 약 6.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7번 홀(파3)에서도 티샷을 핀 1m 거리에 붙여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김수지의 진가는 이날 10번 홀에서 드러났다. 아타야 티띠꾼(태국), 이예원, 전예성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라있던 김수지는 이 홀에서 과감한 1온 공략으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가 됐다. “승부수를 띄우고 싶어서 드라이버를 잡았다”고 말한 그는 이 홀 버디를 시작으로 11번(파4)과 12번(파5), 13번 홀(파3)까지 4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내 2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6m 거리의 버디 퍼트로 우승을 자축한 김수지는 KLPGA 투어 역대 최다 우승 상금인 3억 600만 원의 주인이 됐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의 상금 랭킹도 27위에서 6위(5억 5486만 원)로 크게 뛰어올랐다.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도 70점을 받아 12위에서 11위로 올라섰다.

약 11개월 만에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수지는 “상반기에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며 “주변에서 가을 여왕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시원한 바람이 부니 저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됐다. 가을에 잘 치는 게 확실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아타야 티띠꾼은 8타를 줄여 공동 2위(10언더파)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8언더파 64타는 제시카 코다(미국)와 오지현이 2017년에 세웠던 7언더파를 1타 줄인 코스 레코드다. 상금 랭킹 1위 이예원은 5타를 줄이고 공동 2위를 기록해 대상 포인트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전날 공동 선두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기대했던 전예성이 4위(9언더파)에 자리했고, KLPGA 투어 최초로 4개의 각기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박민지는 공동 8위(5언더파)로 마쳤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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