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늘어나는 ‘쓰레기집’ 저장강박 대책 시급

홍승주 기자 2023. 8. 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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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적치에 악취 등 갈등... 일회성 청소가 아닌 ‘도움’필요
인천시 “문제 파악, 방안 고민”
발 디딜 틈 없이 물건이 잔뜩 쌓여있는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 남동구 제공

 

“집 안 쓰레기를 잔뜩 치워내도 몇 달 뒤면 다시 가득합니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 60대 A씨가 사는 75㎡(23평)의 집은 입구부터 쓰레기가 빼곡히 쌓여 있다. 페트병을 비롯해 종이 상자, 망가진 가구 등 쓰레기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다. ‘저장강박’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A씨가 수레로 동네 재활용품을 모아 방에 쌓아둔 결과다. 남동구 관계자는 “A씨처럼 저장강박증을 앓는 주민의 집은 깨끗이 치워도 다시 쓰레기가 쌓이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 자신이 열심히 모은 이 물건들을 아끼는 마음에 집 안을 치워준다는 봉사자들의 도움도 거절했다. 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신고를 받고 A씨를 꾸준히 설득, 최근 집안 쓰레기를 모두 수거했다. 이날 구가 치운 쓰레기는 2.5t에 이른다.

인천지역에 ‘쓰레기 집’에서 사는 저장강박증 환자 지원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조례 제정 등이 시급하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강박장애 환자 수는 2020년 1천362명에서 2021년 1천614명, 지난해 1천74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공단은 이중 저장강박증 환자의 수도 같은 비율로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장강박증은 물건을 계속 거주지에 쌓아두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행동 장애다. 집에 물건이 잔뜩 쌓여 있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심한 악취 때문에 이웃의 불편도 크다.

하지만 이들 저장강박증 환자 지원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은 걸음마 단계다. 현재 인천지역 10개 군·구 중 저장강박증 환자 지원을 위해 조례를 제정한 곳은 남동구 뿐이다.

남동구는 지난 2021년 ‘저장강박 의심 가구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 등을 돕고 있다. 남동구는 쓰레기를 처리한 뒤에도 정신건강 상담 및 치료를 위한 전문기관 연계를 지원하고 돌봄, 가사서비스 등 가구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또 복지정책과, 동과 연계해 사례관리 등 사후관리 및 모니터링도 한다. 

관련 조례가 없는 나머지 군·구는 동 소속 사례관리 담당자들이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1회성으로 집 안 쓰레기만 치우는 수준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저장강박증은 일종의 정신 질환”이라며 “일회성으로 집을 치워주는 것이 아니라, 치료 지원 등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저장강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태 및 문제점을 파악해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이 같은 논의를 군·구로 확산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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