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펜하이머가 분단 한국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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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지난 광복절에 개봉했다.
놀란 감독은 인간, 시간, 탄생과 소멸과 같이 살아가는 근원들에 대해 실제로 연구해 이를 영화라는 형태로서 스토리텔링 해내는 천재 감독으로 유명하다.
놀란 감독은 죽은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을 살려내어 그들을 마주한 적 없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마주 앉혔다.
놀란 감독이 살려 돌아온 오펜하이머는 절대로 입을 열어 우리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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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지난 광복절에 개봉했다. 놀란 감독은 인간, 시간, 탄생과 소멸과 같이 살아가는 근원들에 대해 실제로 연구해 이를 영화라는 형태로서 스토리텔링 해내는 천재 감독으로 유명하다. 놀란 감독은 죽은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을 살려내어 그들을 마주한 적 없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마주 앉혔다. 마주 보게 한 뒤 눈빛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제약을 두었다.
영화의 시점은 오펜하이머 개인의 생애를 그린, 역사에서 말하는 '미시사'이다. 마치 오펜하이머가 살아 돌아와 되돌아보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행성이 소멸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듯 그려 놓았다. 미시사의 매력이자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의 생물학적 정체성, 가족관계, 남녀관계, 사회관계, 당사자가 살아가던 당시의 모든 사회의 시스템과 체계, 유기적인 작용, 당사자가 만나 작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사자에게 주는 영향에 따라 발생하는 변수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로 본 영화는 단순히 원자탄, 수소탄, 핵무기, 인류 역사의 새 서막을 나열한 1차원적인 영화가 아니다. 1인칭 시점 오펜하이머의 내적 작용 그 자체를 원소들이 충돌하는 것과 같이 섬세하게 모두 보여주었다. 오펜하이머의 유대인 정체성, 당시 요동치던 나치즘, 파시즘, 사회주의, 자유주의 속 오펜하이머 개인의 가치관, 남녀 관계와 감정, 국가 체계 속 개인의 역할과 작용, 당시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인류 역사를 바꾼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이론, 그 어느 하나의 요소들도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맨해튼 프로젝트와 오펜하이머,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살아온 동시대의 삶을 보면 이러한 공식과 법칙, 이론들은 그저 세상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에는 수많은 시스템과 법칙, 공식, 원칙들이 존재하고 이를 토대로 분석을 하고 예측을 하지만 그러기에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틈새들이 있다. 그 틈새들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들처럼 가득 차있다. 그러한 사례들 그 자체를 분석하고 연구하기 위해 생겨난 학문이 역사이며, 그렇게 개인들의 생애와 선택에 따라 인류사를 변화시킨다.
놀란 감독이 살려 돌아온 오펜하이머는 절대로 입을 열어 우리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말을 하고 있었다. 오펜하이머가 개발한 원자탄 두 개가 일본 본토에 투하되었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감당하지 못할 무기가 나타났고, 그 뒤로 인류는 이 무기를 지님으로써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써 축적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서로의 생존을 위해 군축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핵무기의 파괴력만 변화했을 뿐 핵무기 이상의 힘을 갖는 무기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원자탄 투하로 한반도는 해방을 맞이했고 그 투하를 성사시킨 연합국 두 나라에 의해 분단되었다. 그리고 현재 오펜하이머의 핵무기가 대한민국과 인류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과연 오펜하이머는 인류의 눈빛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오펜하이머가 본 현 지구와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역사는 쓰였고 우리는 해방되고 독립됐다. 그 무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국가라는 형태 속에서 자국을 지키기 위해 핵무장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세계 각국과 우리 한국의 상황이다. 역사는 현실이기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개인과 같이 국가도 '선택'을 할 것이고 결과는 결국 또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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