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 묻힌 '민생·경제'···대여공세만으론 리더십 한계

전희윤 기자 2023. 8. 27. 1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굴곡의 취임 1년
의석수로 밀어붙인 양곡·간호법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폐기되고
당 지지율도 30% 초반서 '답보'
다음달 李 2차 체포동의안 표결
"계파 갈등 분기점 된다"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범국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입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 길을 간다면 정부 여당의 성공을 두 팔 걷고 돕겠습니다.”

지난해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이재명 당시 후보는 수락 연설을 통해 민생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며 당 대표직에 올랐다.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이 대표는 77.77%의 압도적 득표율을 얻으며 당내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170석에 가까운 거대 의석을 활용해 유능한 대안 정당으로서 역할을 해달라는 국민과 당원들의 염원이 담긴 결과였다.

하지만 취임 1주년을 맞은 현재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좀처럼 제1야당로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가 취임하면서 줄곧 강조해온 민생과 경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묻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정부·여당 투쟁도 강화했지만 크게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불안정한 리더십이 지속될수록 이 대표의 ‘임기 2년 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고질병인 사법 리스크와 계파 갈등을 수습할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28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1박 2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워크숍의 공식 의제는 정기국회를 앞둔 입법·예산 및 국정감사 이슈 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대표 체제의 1년’에 대한 평가를 놓고 친명·비명계의 갑론을박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비공개 자유 토론이 80여 분 예정돼 있어 당의 위기와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공개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임 이후 1년 동안 이 대표의 리더십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사법 리스크다. 올해 1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시작으로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이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조만간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해서도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올 2월에는 검찰이 대장동·성남FC 건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30여 명의 이탈표가 발생하며 계파 갈등이 분출되기도 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면서 제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계파 갈등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이 그가 강조하던 민생 정책은 실종됐다. 올해 초부터 △핀셋 물가지원금 △전월세 임대차 보증금 이자 지원 △고금리 개인 신용대출 대환대출 지원 등 30조 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다양한 정책과 입법을 계획했지만 성과는 미미했고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 역시 힘을 잃고 있다.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던 주요 법안들도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다.

민주당 지지율 또한 30%대 초반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준으로 당 대표 선출 후 한 달가량 지난 지난해 9월 4주 차 조사에서 34%로 국민의힘과 동일한 수준이었던 민주당 지지율은 올해 1월 32%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29%까지 추락했다. 아달 22~24일 조사에서는 32%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국민의힘(34%)에는 뒤처지는 결과가 나왔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답보 상태를 거듭하는 지지율 회복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겠다며 야심 차게 출범한 혁신위원회도 각종 설화와 갈등만 남긴 채 활동이 종료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비판과 대여 공세만으로는 이 대표 2년 차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한두 건이 아닌 데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현역 의원들이 줄소환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신경 쓸 여력이 더 부족할 수 있다”며 “어떤 돌파구 없이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총선 전까지 민주당이 지금 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