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정책, 유연에서 강경으로
[세계의 창]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올해 들어 중국공산당의 대만 정책은‘큰 교류’와 ‘통일전선’을 중심으로 하고, 강경 정책은 산발적으로 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대만의 특정 상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대만 제품에 관세 혜택을 주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중단을 거론하는 등 강경책을 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에 대한 군사훈련을 하고 중국공산당 중앙 대만공작판공실 책임자 명의로 중요 비난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관찰은 다음과 같다.
먼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이런 공세 정책은 최근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 과정에서 미국을 경유한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의 행보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당중앙 대만공작판공실과 인민해방군은 성명을 내어 대만 여당이자 독립 성향인 민진당이 ‘미국에 의존해 독립을 도모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라이 부총통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자신을 ‘건실한 대만 독립 운동가’로 칭하는 라이에게 중국은 초반에 호된 맛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둘째, 경제 제재 측면에서 중국은 대만 일부 상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농산물 수출을 중단하는 것 외에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에 따라 대만 제품에 부여된 관세 혜택에 대한 중단을 거론하고 있다. 2010년 체결된 이 협정은 대만 일부 산업이 큰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애초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은 베이징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어서, 이를 중단하는 것도 중국 상무부나 당중앙 대만공작판공실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비교적 유연한 경제 사회 통합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만 역시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군사 방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19일 대만에 대한 군사훈련을 발표하면서, 이 작전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세의 연계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 발표를 보면, 첫날 대만해협에서 인민해방군 군용기 45대와 군함 9척이 탐지됐고 이 가운데 27대는 해협 중앙선을 넘어 서남 공역으로 진입했다. 훈련 발표와 실시 사이의 간격이 매우 짧았는데, 이는 훈련을 오래 준비해 왔다는 것을 뜻한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앙선을 넘는 것이 일반화됐고, 이는 대만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라이 부통령의 미국 경유에 대해 중국은 대만공작판공실 책임자 명의로 ‘라이칭더의 미국 통과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때 중국이 발표한 성명과 비교하면, 이번 성명의 발표 주체는 ‘대만공작판공실 책임자’로 지난 4월의 ‘대만공작판공실 대변인’보다 훨씬 높다. 또 성명은 직접 ‘라이칭더’라 칭하며 그를 ‘확실한 대만 독립 활동가’로 규정했다. 성명에 사용된 단어들도 ‘염치를 모른다’, ‘문제아’ 등 매우 감정적이고 강경했다. 그간 중국은 “양안관계 발전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고 주장했지만, 라이의 선거 상황에 매우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공산당의 대만 정책이 ‘유연한 경제 사회 통합’을 기본으로, 강경한 군사·외교 수단을 종종 썼다면, 최근에는 유연한 수단은 적게 사용되고 강경 수단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 중국공산당의 대만 정책은 라이 부총통과 민진당뿐 아니라 대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고위 관리와 싱크탱크 학자들이 최근 ‘평화와 전쟁’, ‘번영과 쇠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자주 하는데, 이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한 확실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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