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흉기 난동범에 치킨·소주 주며... 경찰, 3시간 설득 끝에 제압
서울 주택가에서 흉기 8개를 소지한 채 난동을 부리던 피의자가 경찰과 세 시간 가까이 대치하다가 붙잡혔다. 경찰은 테이저건이나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난동범을 설득해 진압하려 했고, 이 피의자는 경찰과 대치하는 와중에 길거리에서 경찰이 제공한 술과 치킨을 먹었다고 한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10시 5분쯤 은평구 구산역 인근 빌라에서 흉기를 든 채 난동을 부린 혐의로 30대 후반 A씨를 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7시 26분쯤부터 이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양손에 흉기를 든 채 난동을 부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범행 시작 두 시간여 전인 오후 5시쯤 인근 호프집에 혼자 들어가 술을 마셨고 가족·직장 문제 등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호프집을 나온 직후 난동을 벌였다고 한다. 한 목격자는 “A씨가 담배를 피우는데 행인이 연기가 난다고 지적해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안다”며 “자동차 트렁크에서 흉기를 꺼내 위협했다”고 했다. A씨의 차량에는 8개의 흉기가 있었는데 그중 두 개를 들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 등을 투입한 경찰은 A씨가 가슴 부위에 칼을 댄 채 자해하겠다고 위협해 테이저건 등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경찰은 A씨를 세 시간 가까이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경찰이 제공한 치킨과 소주를 먹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설득 과정 중 피의자가 치킨과 소주를 요구하여 협상책임자가 상호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치킨, 소주를 제공했다”고 했다. A씨는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 달라” “소주를 사달라” “도망간 행인을 데려오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 등 여러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신을 설득하던 경찰관을 위협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 술을 마셨고 자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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