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예상 뛰어넘는 영업정지 처분… 철근누락 파급력 고려한듯”

심윤지 기자 2023. 8.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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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인천 검단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에 대해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강경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본 것인데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상부하중에 대한 조치 미흡 등 전반적인 부실시공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영업정지 처분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해당 기간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단 아파트 사고 및 GS건설 현장 점검결과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신축 아파트에서는 나올수 없는 안전등급”

국토부는 27일 사고 이후 붕괴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 뿐 아니라 주거동에 대해서도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해 그 결과도 발표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사고가 난 검단아파트 주거동 일부는 구조안전성 평가에서 ‘즉각 보강’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윤 대한건축학회 진단부단장은 “건물의 구조안전성은 A~E등급으로 평가하는데, 동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신축 구조물에서 (D등급이 나오는) 이런 결과는 나올수 없다”며 “D등급을 받은 이유는 철근누락과 콘크리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동에서는 철근 누락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콘크리트 강도는 기준치보다 일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층부(10층 이하)와 고층부(11층 이상)의 내벽 콘크리트 강도는 각각 설계기준 강도의 80.3%, 82.0%로, 기준치인 ‘설계강도의 85%’를 충족하지 못했다.

대한건축학회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의 원인으로 시공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다짐 불량’을 지목했다. 래미콘사가 콘크리트 배합 시 사용한 재료 품질 등은 기준치를 만족한 것으로 나타난만큼, 시공 과정에서의 부실로 공극(20㎜ 이상)이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원희룡 장관은 “만약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실골재를 썼기 때문이라고 확인된다면 같은 시기 진행된 다른 공사도 문제가 되지만, 건축학회에 따르면 이러한(골재)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GS건설에서 해당 단지의 재시공을 결정한 만큼 충분한 대책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한준 LH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단 아파트 사고 및 GS건설 현장 점검결과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예상 뛰어넘는 처분… 철근누락 파급력 고려한듯”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GS건설에 예상보다 강력한 처분을 내렸다고 보고있다. 앞서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로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서울시는 시공 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에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영업정지 1년 4개월 중 8개월은 부실시공 관련이며 나머지 8개월은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에 따른 것이어서 사실상 GS건설에 대한 이번 처분이 HDC현대산업개발 때보다 강력하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명피해가 없었던 상황에서도 영업정지 8개월 이상이 나온 것은 업계 예상보다는 센 처분”이라며 “정부가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한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GS건설이 시공한 전국 83개 아파트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GS건설이 진행한 83개 건설현장 자체점검 결과는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과정에서 철근 누락은 없었고, 콘크리트 강도도 전반적으로 설계기준강도를 확보했다”고 했다.

다만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83개 현장 전반의 안전상태를 점검한 결과 251개 사항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지적사항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안전관리비 미계상 등 건설안전 분야가 129건, 품질관리비 미계상 등 품질관리 관련이 34건, 철근시공 미흡 등 시공관리 관련이 84건, 기타가 4건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9월 중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방침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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