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등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논란...與도 "그만들 하십시오" 쓴소리

육군사관학교서 홍범도 등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철거 검토
국방부 장관 "'공산주의 경력자 문제 제기' 따른 것" 국회발언 논란 키워
여권서도 '이념 과잉', '사실과 달라', '오버도 너무 오버' 우려 섞인 지적

지난 2019년 6월 열린 홍범도 장군 후손 환영 행사 모습(사진, 전쟁기념사업회)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가 설치된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 또는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나 나오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늘(27일) 본인의 SNS에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역사논쟁,이념논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고 꼬집었스비다.

홍 시장은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와서 논란이 되는가"라며 "참 할일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굴곡진 역사의 희생양이셨던 독립투사 분이였고 박정희 대통령이래 김영삼 대통령까지 보수정권내내 훈장도 추서 하고 수십년간 노력으로 유해봉환해 대전 현충원에 안장까지 한 봉오동전투의 영웅을 당시로서는 불가피 했던 소련 공산당 경력을 구실삼아 그분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한다고 연일 시끄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건 반 역사"라며,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만들 하십시오. 그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논란과 관련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본인의 SNS에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범도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은 별다른 공산주의 경력도 없는데 왜 이 영웅들의 흉상까지 철거한다는 건지도 이상하다. 이 분들의 흉상을 철거하면 강군이 되는 건가? 육사의 흉상을 철거하면 국방부 청사의 흉상들은 어떻게 할 건가?"라며,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친일매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의 이력까지 끄집어내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 아닌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역사를 평가하는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부터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그렇게(흉상 철거) 할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한 서훈을 폐지하고 하는게 맞지 않겠나"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 말이다.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비판했습니다.

같은당 김웅 국회의원도 "처음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 제정신이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나?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힐문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제주4·3단체 등 제주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역사순례단이 대전 현충원을 찾아 새롭게 조성된 홍범도 장균 묘역에서 참배하는 모습.(사진, 신동원 기자)

한편, 앞서 지난 2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가능하면 육군 또는 육사의 창설, 군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흉상으로)하는 방향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홍범도 장군은 삼일 만세 운동 이후 독립의 열기가 고조되는 지난 1920년 6월 중국 지린성 봉오동에서 대한북로독군부의 한국 독립군 연합 부대가 일본군을 크게 무찔러 승리한 봉오동 전투의 주역 중 한 명입니다.

역사학계에 따르면, 홍범도 장군은 당시 지속된 일본군과의 중국 만주 군벌과의 교전 첨예해지자 근거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소련으로 건너가게 됐고, 이후 소련과 일제 외교 협상 등에 따라 독립군 조직이 해제되자 연해주에 있는 한인 지역 사회의 지도자급 인물로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 장군은 소련에 입국할 당시 제출한 입국신고서에 직업을 '의병'으로,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 장군은 지난 2021년 8월 순국 78년 만에 고국으로 유해가 봉환,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3·1절 99주년이었던 지난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우리나라 군 장병들이 훈련 중 사용한 소총 탄피를 녹여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5인의 독립운동가 흉상을 제작해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한 바 있습니다.

야권과 광복회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관한 공식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