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지나야 몸 풀리는 김수지 “승수 연연 안해…메이저 우승 의미 크다”

주미희 2023. 8.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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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대 못 미쳐 힘든 시간…메이저 우승으로 보답”
김수지가 27일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을 제패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춘천(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3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7억원)을 제패한 김수지(27)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김수지는 27일 강원 춘천시의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3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7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아타야 티띠꾼(태국), 이예원(20)을 3타 차로 따돌린 김수지는 지난해 10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통산 5승째를 거뒀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21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다.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김수지는 “상반기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계 방송 인터뷰에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김수지는 “(최근 2년 동안 좋은 성적을 기록해) 제 자신에게 기대가 컸고 주변에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에 대한 보답을 못해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수지는 상반기에 1승을 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샷 감은 물론 전체적인 조화가 떨어져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김수지는 이 대회 전까지 15개 대회에서 톱10에 5차례 진입했지만 상금 랭킹은 27위에 그쳤다.

김수지는 “전지훈련은 물론 시즌 중에도 연습을 많이 했고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했다. 그런 노력이 결과로 나와 기쁘다”고 밝혔다.

승부처는 10번홀이다. 김수지는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9번홀까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무려 3명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며 주춤했다. 그러다가 273m의 10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날려 공을 한 번에 그린에 올렸고 두 번의 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김수지는 “1~3라운드 때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위해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9번홀에서 버디를 놓친 뒤 답답한 마음이 들어 10번홀에서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것”이라며 “10번홀 버디 이후 좋은 흐름을 탔다”고 돌아봤다.

2021년 9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KLPGA 투어 데뷔 5년 차, 115경기 만에 첫 우승을 거두고 무명 탈출을 알렸던 김수지는 이전까지 통산 4승을 모두 9, 10월에 따내 ‘가을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에도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날씨에 우승을 따냈다.

김수지는 “주변에서 가을이 시작됐다고 얘기를 많이 해줘서 저도 모르게 기대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가 가을에 잘 치는 건 맞는 것 같다. 저는 아무래도 처서가 지나야 몸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하며 빙긋 웃었다.

김수지가 우승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로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자신감 향상에 한 몫 했다.

김수지는 “에비앙도 정말 시원했다”고 말한 뒤 “신지애 프로님과 선배 언니들이 많이 챙겨주셨다. 자신감도 얻었지만 벽도 많이 느꼈다.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고 퍼팅, 쇼트게임 잘하는 선수가 정말 많았다”고 밝혔다.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김수지의 시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수지는 “상반기에는 처져 있어씩 때문에 개인 타이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타이틀을 노릴 위치에 가게 된다면 이를 노리고 플레이할 것”이라며 “해보지 못한 상금왕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 시즌 3승을 하면 좋겠지만 승수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큰 대회에서 우승한 걸 의미를 두겠다. 사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밝혔다.

9월과 10월에는 김수지가 우승했던 대회들과 메인 후원사가 주최하는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등이 개최된다. 김수지는 “KG 레이디스 오픈을 비롯해 모든 대회 우승이 다 욕심난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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