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이중교육'으로 숙련 인력 탈바꿈···출산율까지 반등

글·사진(베를린)=박효정 기자 2023. 8. 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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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팅 코리아 ‘이민이 핵심 KEY’]<2> '위기를 기회로' 독일의 변신 - 이민 선진국의 비결
일주일에 3~4일 실무기술 익히고
1~2일은 노동·법률 지식 등 배워
기업도 '다양성 최고책임자' 도입
이민자수 작년 267만명으로 급증
外人 산모 출생아 비율 26%로 쑥
3일 독일 건설 기업 프리시운트파우스트의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하수관 공사 현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작업 중이다. 사진(베를린)=박효정 기자
3일 독일 건설 기업 프리시운트파우스트의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하수관 공사 현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작업 중이다. 사진(베를린)=박효정 기자
3일 독일 건설 기업 프리시운트파우스트의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하수관 공사 현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작업 중이다. 사진(베를린)=박효정 기자
[서울경제]

독일 건설 기업 프리시운트파우스트(Frisch&Faust)의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지역 하수관 공사 현장에서 다수를 차지한 건 독일인이 아닌 폴란드인이었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한 독일인 고참이 기계 장비를 다루고 지시를 내리면 큰 체력을 소모하는 일은 젊은 폴란드 직원들이 담당한다. 현장에서 만난 폴란드 출신의 파벨 씨는 “독일인 상사에게서 독일어로 일을 받으면 폴란드인 동료에게 전달하고 같이 일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며 “회사에서 인정받아 이미 두 번이나 승진했고 4~5명의 부하 직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이처럼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은 독일 기업이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뮌헨 소재 경제연구소(IFO)의 지난달 기업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9000개 기업 중 43% 이상이 ‘자격을 갖춘 구직자’의 부족을 호소했다. 법률·회계 서비스업에서 75%, 기계 및 장비 제조업에서 41%, 제조업에서 35%의 기업이 필요한 지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독일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1945~1963년 출생)의 은퇴로 2035년까지 70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이 인구 위기의 해법을 이민에서 찾은 뒤 이민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독일 내 이민자 수는 80만 명에 불과했으나 시리아 내전 등을 거친 뒤 2015년에는 214만 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67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주 배경이 있는 독일 인구(이민 1세대와 그 직계 후손)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 내 이주 배경 인구는 2020만 명으로 전년(1900만 명) 대비 6.5% 증가했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0%에서 24.3%로 올랐다.

그럼에도 독일에서 이민자들이 다양한 기회를 부여받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이중 교육(dual training)’으로 불리는 직업 교육 방식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민자들은 일주일에 3~4일간 직장에서 강사의 감독 아래 실무 기술을 익히고 1~2일간 직업학교에 가서 이론적 기초와 독일 사회의 노동 및 사회 법률 지식 등을 배운다. 교육 기간에 이민자는 회사에서 교육 수당을 받고 주 정부에서 200유로 이상의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 역시 정부로부터 사회보장 기여금을 일부 돌려받는다. 그 사이 이민자들은 기술을 보유한 ‘전문 인력’으로 거듭난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민자에게 직업교육과 함께 언어 수업을 제공하는 ‘통합 과정’도 독일 사회에서 호평이다. 언어는 이민자들이 직장뿐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데 필수다. 통합 과정에 등록한 이민자들은 약 6개월간 600개 단원의 어학 코스와 100개 단원의 오리엔테이션 코스를 들어야 한다. 독일의 법률 시스템, 역사, 문화와 함께 종교의 자유, 관용·평등처럼 독일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배우는 것이 오리엔테이션 코스의 주 내용이다.

독일 국민이 이민의 필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받아들인 점 역시 독일 이민 정책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독일 베텔스만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인의 65%는 “이민이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베를린에서 이민자 수십 명을 고용한 디터 미슨 대표는 “이민자를 고용하면 독일인이 일자리를 뺏긴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서로 ‘윈윈’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회사의 일방적인 채용은 내부에서 반발을 일으킬 수 있으니 기존 독일인 직원들에게 왜 이민자 직원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그들의 우려를 듣는 등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직장 내 통합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인들은 독일 사회의 고령화를 완화하는 수단으로서 이민을 긍정 평가하기도 한다. 이민자들은 독일의 출산율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독일 내 출생아 수는 2012년 67만 명에서 지난해 74만 명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독일인 산모의 출생아 수는 56만 명에서 55만 명으로 감소했다. 외국인 산모가 출생아 수 증가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실제 외국인 산모의 출생아 수는 11만 명에서 약 2배 수준인 19만 명으로 늘었고 전체 출생아 중 이들의 비율 또한 17.0%에서 25.9%로 급등했다.

이민자를 문화적으로 포용하려는 독일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이민 정책의 성공 요인이다. 독일은 2006년 일반평등처우법(ACG)을 제정해 직장 내 종교나 신념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고용주는 상사, 다른 직원 또는 고객에 의한 차별로부터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처럼 ‘다양성 최고책임자(CDO·Chief Diversity Officer)’를 두고 있다. 엘케 하이트뮐러 폭스바겐 CDO는 “나이, 문화적 배경, 출신 등과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래야 전 세계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고용주가 될 수 있고 다양한 사고방식과 경험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베를린)=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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