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초현실적 무능 [아침햇발]

손원제 2023. 8. 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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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손원제 논설위원

손원제 | 논설위원

윤석열 정권 ‘무능의 삼각형’이 완성 단계다. 쌩쌩하던 선박과 항공기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버뮤다 삼각지대만큼이나 등골 서늘하다. 우리 공동체가 광복 이후 쌓아온 성취와 진보가 일거에 무력화되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구시대의 낡고 추레한 침전물들이다.

경제·민생 추락은 무능의 삼각형의 밑변을 이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인한 게 2021년이다. 1964년 기구 창설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사례다. 그 2년 만에 한국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떨어졌고, 올해 경제성장률(국제통화기금 추정 1.4%)은 정치 위기와 국제 경제 위기, 코로나 위기를 겪던 때를 빼면 역대 최저 수준이 될 모양이다.

민생은 이미 위기다. 만원 한 장으론 밖에서 점심 먹기 힘들 정도가 됐다. 교통비, 전기료, 가스비도 치솟았다. 에어컨 틀기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올해 2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다. 정부는 코로나 지원금이 사라진 기저효과 탓이 크다며 별일 아니라는 투다. 쪼그라든 소득과 폭등한 물가만큼 깊어진 취약계층의 고통은 안 보이나 보다. 온갖 부자 감세로 위축된 재정 탓에 벼랑 끝 민생에 쓸 돈부터 줄이고 보자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잼버리 파행이 드러낸 행정 무능, ‘전 정권 탓’과 ‘반국가 세력’ 몰이가 낳은 정치 무능은 삼각형의 두 윗변에 해당한다. 잼버리 사태는 두번의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시킨 나라의 국격과 국민 자부심에 큰 생채기를 냈다. 문제는 불과 5년 전 평창 올림픽을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냈던 국가적 역량이 어쩌다 이 정도로 처참하게 붕괴했느냐이다. 그사이에 달라진 건 대통령과 정권이 교체됐다는 사실 말고는 없다.

윤 대통령은 잼버리 개막식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스카우트 대원들의 ‘장문례’를 받는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폼만 쟀을 뿐, 실제 행사 준비와 진행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번이라도 대통령실에서 관련 부처와 전북도 등을 모아 폭염 대책 등을 강구한 적이 있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평창 올림픽 땐 청와대가 직접 태스크포스를 꾸려 현장 체험까지 하면서 혹한 대책을 세웠다. 대통령이 무관심하니 관련 부처가 빠릿빠릿 돌아갈 리 없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장에 머물라’는 국무총리의 뒤늦은 지시도 무시하고 18㎞ 떨어진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생태탐방원의 에어컨 빵빵한 숙소에 머물렀다. 일반 국민의 인터넷 예약을 모두 막고 공짜로 탐방원을 독점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기가 찬 건 이번에도 지휘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사과도 문책도 나 몰라라다. 총리·장관들은 ‘유종의 미’ ‘위기 대응 역량’ 운운하며 피할 구멍만 찾고 있다. 여당은 오로지 전 정권 탓, 전북도 탓으로 몰아가면서, 장관을 불러 따질 국회 상임위는 계속 무산시키고 있다. 무능에 이은 무책임의 향연이다.

국민 반발과 원성은 야권 탓, 편가르기로 덮고 가려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날 민주화·인권·진보 세력에 ‘공산 전체주의’ 딱지를 붙였다.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그러나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번이다. 에이스리서치·국민리서치그룹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잼버리 파행 책임이 윤석열 정부(54.4%)와 여성가족부(6.7%)에 있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해 로럴 로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각형의 꼭짓점은 외교·안보 무능이 찍었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는 중국·러시아와 척지고 일본에 찰싹 달라붙는 윤석열표 가치 외교의 결정판이었다. 윤 대통령은 “매우 특별한 회의”였다고 자화자찬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얻은 게 많은 미·일과 달리, 한국은 얻은 건 없으면서 미-중 충돌 최전선에 서는 위험만 떠안게 됐다는 냉정한 평가가 잇따른다. 중·러를 북한 쪽으로 떠밀어 북핵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 실제 북-러 군사협력 강화로, 북핵 고도화 위험성은 더 커진 셈이 됐다. 외교에선 국익이 지상 가치다. 이를 외면한 채 원리주의 가치를 앞세운 정권의 행태는 ‘숭명 사대’ 도그마에 빠졌던 조선조 후기를 방불케 한다.

무능 수위와 퇴행 속도 공히 초현실적이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슬픔의 삼각형’(스트레스나 노화로 깊게 팬 미간 주름)도 빠르게 짙어지고 있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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