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양적투자에서 선도형 R&D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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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이 국가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직면한 세계 각국은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유출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쟁의 한복판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선진국들과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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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던 R&D는 그 시스템이 과거의 추격형 연구에 머물러 있어 비효율의 누적, 예산낭비, 기득권 형성 등의 문제점도 노출됐다. 연구의 질보다 양적 성과를 강조하고 통제 위주로 과제를 관리하면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 연구는 위축되고 있었다. 추격형 R&D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양적 투자만 급증하면서 내실 있는 관리가 어려워졌고 그 결과 도전하지 않고 쉽게 성공하는 연구, 주인이 정해진 연구 등 비효율과 기득권이 자라났다.
그동안 정부는 R&D 예산을 늘리는 데 집중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또 반드시 해야 하는 선도형 R&D로 대전환에 나섰다. 지난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발표한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과 '2024년도 국가 R&D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가 그 출발점이다.
정부 R&D 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먼저 국내에 갇혀 있는 나 홀로 연구에서 벗어나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과 협력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 R&D 제도를 정비한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우리 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국제 공동연구에 필요한 구체적 지침도 마련한다.
또한 글로벌 기술변화에 적시 대응하기 어려운 예비타당성 조사를 개편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가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순수 R&D는 조사를 간소화하고, 특히 도전적·혁신적 연구는 예타 면제를 과감히 적용한다.
비효율과 낭비를 유발하는 나눠먹기, 뿌려주기 과제를 방지하기 위해 과제 선정의 신뢰성, 연구비 집행의 투명성, 평가의 전문성을 높인다. 연구개발통합관리시스템(IRIS)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고도화하고, 엄정하고 주기적인 재정집행 점검, 사업평가 등을 통해 R&D의 성과 부진, 재정낭비도 근절한다.
2024년 국가 R&D사업의 전체 예산은 비효율, 기득권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다소 삭감되기는 했으나 R&D다운 R&D를 위해 세계 최고의 혁신적 연구, 국가 임무 수행을 위한 필수연구를 중심으로 증액 편성했다. 뿌려주기식, 관행적 사업 등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절감한 예산을 미래를 준비할 전략기술, 젊은 연구자 지원 등에 집중 투자했다. 국방, 재난·안전, 탄소중립 등 국가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분야에도 투자를 지속한다.
국가 R&D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부터 혁신할 것이다. R&D 예산과 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연구 현장의 쓴소리도 경청해 정책에 반영해 나갈 것이다. 무(無)에서 지금의 경쟁력을 일군 우리 과학기술인들의 저력으로, 지금은 다소 진통이 있지만 과학기술인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R&D 혁신이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이끄는 날이 올 것이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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