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용접·조립 최소화…현대차 '한국판 기가팩토리'
대형 프레스에 알루미늄 부어
공정 한번으로 차체 찍어내
생산 기간·비용 대폭 절감
AI·로봇공장 이어 또 혁신
도요타·폭스바겐 잇단 도입
현대자동차그룹이 테슬라의 혁신 생산 기술 '기가프레스'에 맞설 신규 공법을 도입한다.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전동화 국면'에서 제조 방식의 혁신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1일 특허청에 '하이퍼캐스팅'이라는 명칭으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에 하이퍼캐스팅에 관한 기술 실증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지난 5월 현대차 노사는 중앙노사협의회를 통해 차세대 차량용 경량 소재 개발과 초대형 주조 기술 실증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울산 남구 매암동 엔진공장 내 소재품질확보동을 확장해 이곳을 실증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실증사업과 동시에 상표를 출원한 것은 신규 공법 도입 계획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표 출원서에 기재된 '지정상품(상표가 사용되는 범위)'을 보면 하이퍼캐스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할 사업에는 경금속 가공업, 금속 열처리업, 금속 주조업, 압력 주조업 등 10가지 항목이 포함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생산 신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신기술 명칭을 하이퍼캐스팅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은 생산 기술을 혁신하고 이를 브랜드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해 공장 효율화·지능화를 극대화한 스마트팩토리를 '이포레스트(E-FOREST)'라고 이름 붙이고 상표로 등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팩토리를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에 그대로 구현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타팩토리'와 '메타스튜디오'가 지난해 4월 상표로 출원됐고 현재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의 결과물인 완성차 품질뿐 아니라 제조과정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함으로써 완성차 업계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특히 브랜딩 전략에 공들이는 것은 장기적 안목으로 생산 혁신을 주도하면서 테슬라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테슬라의 기가프레스 공법은 알루미늄 합금을 녹여 틀에 부은 뒤 초대형 프레스로 고온·고압을 가해 차체를 찍어내는 주조(鑄造) 기술이다. 한 번의 공정으로 차량 조립에 필요한 차체를 만들어낼 수 있어 공정을 단축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데 유리하다. 여러 부품을 하나로 이어 붙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구조적 강성이 높아지고, 차량 무게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 공법은 주로 언더보디(하부 차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기존 방식으로는 하부 차체를 만들 때 수십 개 금속 부품을 용접해 하나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방식도 로봇 기술로 상당 수준 자동화를 이뤘지만, 기가프레스는 용접 공정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 제반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테슬라는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에 기가프레스를 처음 도입한 이래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미국 텍사스 등의 공장에도 확대 적용했다. 테슬라는 보급형 차종인 모델3·모델Y 생산에 기가프레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기가프레스로 제작하는 부품 종류도 늘리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전 세계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테슬라 기가프레스와 유사한 생산 방식을 도입한 완성차 기업은 현대차그룹만이 아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6월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자'라는 주제로 기술설명회를 열고 '기가캐스팅' 도입을 예고했다. 도요타는 2026년에 출시되는 전기차 모델부터 기가캐스팅 방식을 적용해 차량 개발 비용과 공장 투자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트리니티 프로젝트'라는 계획하에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 인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신규 공장에 초대형 주조 기술을 적용하는 등 공정을 개선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자사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에 기가프레스 공법을 도입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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